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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Avatar〉 분석 (2)에이와, 가이아,우주변화의 원리

 

본부도장 한재욱

 

🎬 소개

지난 호에는 영화 〈아바타〉 속의 신단수와 샤먼 문화를 『환단고기』와 「천부경」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아바타〉 분석 2화 차로 여신 문화, 바이칼 호수와의 관련성, 제국주의와 인디언 학살에 대한 반성, 인디언의 영성 문화 등의 주제로 본격적인 〈아바타〉 내용을 해부해 보려 한다.

 

🔎에이와 여신과 가이아

제이크 : 에이와는 누구죠?

노엄 : 모든 살아 있는 것을 창조한 그들의 여신이자 절대신이지. 만물의 주인!

차히크 : 여신이시여, 우리의 소리를 들어 주소서. 에이와시여. 

 

 

‘만물의 어머니’ 또는 ‘위대한 어머니’라고 불리는 에이와Eywa는 판도라Pandora 행성과 나비족의 인도자이자 여신이다.

 

오마티카야Omatikaya 부족은 인간들의 공격에 홈트리를 잃고 생명의 나무 주변에 모여드는데 생명의 나무는 에이와와 직접 연결돼 있는 통로이다. 그들은 에이와가 지켜 준다고 믿는다. 집이 없어진 이들은 여기에서 에이와에게 매달리고 주문을 읽으며 기도한다.

 

제이크 설리 : 거기 계시는 거라면 부디 제 말을 들어 주세요. 그레이스와 함께 있다면 그녀의 기억 안에서 우리가 떠나온 세상 그곳을 보세요. 거긴 더 이상 푸르지 않아요. 그들은 자신들의 ‘어머니’를 죽였어요. 그 일이 여기서 똑같이 일어날 거예요.

 

제이크 설리는 인간들과의 전투 전날 밤 영혼의 나무와 접촉하는 ‘샤헤일루 또는 챠헤일루Tsaheylu(교감交感)’를 통해 에이와에게 기도를 올린다. 그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어머니’를 죽였으며 이곳도 곧 그렇게 만들 거라며 도와 달라고 한다. 여기서 어머니는 지구 어머니이다.

 

영화의 설정을 살펴보면, 1편에서 지구는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으로 인해 인간이 살기 힘들어진 상황이며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2편에서는 인간들이 대우주선단을 이끌고 판도라 행성에 나타나는데, 이는 지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아예 이 행성으로 이주를 하기 위해 온 설정이다. 제이크의 말대로 인간들은 자신들의 어머니 지구를 죽인 것이다.

 

상제님께서 성도들과 함께 들에서 진지 드실 때는 항상 음식을 드시기 전에 “어머니, 어머니! 제가 여기 도량 구경을 왔는데, 여기 데리고 온 일꾼들 모두 충실하게 해 주십시오.” 하고 고축告祝하시며 밥을 세 번 떠 놓고 드시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9:62)

 

상제님께서는 땅 어머니에게 고축하는 고수레를 행하셨다. 상제님은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아버지 하느님이신데 후천개벽 시대를 맞아 인존人尊시대를 열어 주시기 위해 인간으로 강세하셨다. 이 성구에서 “어머니, 어머니!”라고 두 번 말씀하셨는데, 이 말씀에 대해 종도사님께서는 천지부모님, 그중에서도 지구 어머니에게 하시는 놀라운 말씀이라고 하셨다.

 

대우주 조화주 하나님인 상제님이 인간으로 오셨어. 하늘과 땅을 낳아 준 삼신이 상제님께도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천지가 부모 아닌가? 상제님에게도. 그 상제님의 겸허의 도를 봐라. 기도하면서 밥을 드실 때도 기도를 하신다. 천지개벽을 할 수 있는 성구 말씀이다.

- 도기132년 종도사님 도훈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지구를 여신인 ‘가이아GAIA’로 일컬으며, 지구의 생물을 어머니처럼 항상 보살펴 주는 자비로운 신으로 묘사하였다. 그러나 과학은 지구를 단지 흙덩어리의 물질로만 보고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한 개발과 정복의 대상으로 여겨 왔다. 이제는 환경 오염과 자원 고갈, 지구 온난화와 같은 엄청난 재난들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지경에서 1970년대 초엽 영국의 대기화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지구의 역사와 생물 진화에 대한 종래의 견해들과는 전혀 궤도를 달리하는 새로운 가설로 ‘가이아 이론’(Gaia Hypothesis)을 제안하였다. 그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살아 있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有機體라고 주장하였다.

 

제임스 러브록의 책 『가이아』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 생물권을 단순히 주위 환경에 적응해서 간신히 생존을 영위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오히려 지구의 제반 물리화학적 환경을 활발하게 변화시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고 규정했다.

우주운동은 일월日月의 운동으로서 표시되는 것인데 그것이 자기의 영원성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은 곤토坤土의 작용이 지구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주변화의 원리』

 

가이아 이론은 ‘자기의 영원성을 창조할 수 있는 곤토’의 작용에 대한 증산도 우주관의 일면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필자는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여신 에이와가 가이아 이론을 모델로 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제임스 러브록이 책에서 가이아를 거대한 나무에 비유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의 설정과 똑같다. 판도라 행성의 여신 에이와는 영혼의 나무를 통해 소통하거나 영혼의 나무 자체라고도 말한다. 또한 판도라 행성에는 1조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식물뿐 아니라 동물까지도 하나의 신경망으로 연결돼 있고, 이 신경 네트워크 자체를 에이와라고 보기도 한다. 행성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나무라는 설정이 책의 내용과 같다.

 

향후 개봉될 〈아바타〉 시리즈의 제목에서도 여신 문화와 연결될 내용들이 보인다. 지난해, BBC를 통해 〈아바타〉 시리즈의 부제들이 공개되었는데 〈아바타〉 시리즈의 최종작인 5편의 예상 부제가 ‘에이와를 찾아서(The Quest for Eywa)’이다. 카메론 감독은 5편 내용이 지구에 도착하는 나비족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에이와가 판도라 행성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지구 어머니와 관련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도 에이와와 가이아 여신이 동양 문화의 곤토에 대한 이야기임을 짐작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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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형제 바위와 바이칼

삼 형제 바위는 〈아바타〉 2편 물의 길(The Way of Water)에 등장하는 자연환경으로, 멧카이나Metkayina 부족의 영역 근처에 있다. 카르스트Karst와 같은 암석 구조의 바위 세 개가 서로 가까이 우뚝 솟아 있다. 제이크의 아들 로아크Lo’ak는 이곳에서 툴쿤Tulkun족 파야칸Payakan과 만나 영혼의 친구가 된다.

 

툴쿤의 뇌 속에 있는 인간의 노화를 막는 불멸의 물질이 암리타Amrita인데, 이를 차지하기 위해 툴쿤 사냥꾼들이 파야칸을 추적하면서 세 형제 바위에 도착하고, 바로 이곳에서 악당 쿼리치Quaritch 대령과 멧카이나 부족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다. 필자는 이 삼 형제 바위가 바이칼 호수에서 따온 것이라 본다. 실제로 ‘인류 탄생의 바다’라 불리는 바이칼Baikal 호수 중앙의 유일한 유인도, 바이칼의 심장이라 불리는 알혼olkhon섬에 ‘삼 형제 바위’(Cape Sagan Khushun)가 있다.

 

이 삼 형제 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관광 안내판에도 이 이야기가 쓰여 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알혼섬을 다스리던 독수리 왕(샤먼)에게 안가라 공주라는 예쁜 딸이 있었는데 정략결혼 상대가 아닌 평민과 결혼해서 도주했다고 한다. 왕은 삼 형제를 보내 공주를 추적했는데 공주는 삼 형제에게 자신을 찾지 못했다는 거짓말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삼 형제는 공주의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이 사실을 안 왕이 화가 나서 삼 형제를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아바타〉 2편의 삼 형제 바위가 바이칼의 삼 형제 바위를 갖다 썼다는 것을 확신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제임스 카메론은 그 누구보다 물과 바다와 우주에 진심인 것으로 소문난 사람이다. 2013년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에 세계 최초로 10,944m를 잠수하는 열정을 가졌던 그가 최대의 담수호이자 인류 시원 문화를 간직한 바이칼 호수를 탐사하지 않을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는데, 역시나 이 내용이 러시아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2009년 〈아바타〉 1편 개봉으로 대박을 터트린 후, 2010년 〈아바타〉 2편 ‘물의 길’을 준비하면서 제임스 카메론은 56회 생일을 맞았다. 그는 생일 당일에 ‘바이칼호 보호재단’ 주선으로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밑을 잠수정 ‘미르Mir 1’을 타고 내려가 깊이 1,368m 지점까지 잠수했다. 잠수정에 3시간 30분 동안 머물면서 호수 바닥의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등 여러 가지 작업을 마친 뒤 물 위로 부상했다. 여기서 본 샘플들을 2편 제작에 많이 참조했다고 한다.

 

바이칼 호수 위에선 잠수정 선원과 스태프들이 샴페인을 터트려 제임스 카메론의 생일과 잠수 성공을 축하했다. 러시아에서 발행되는 영어 신문 〈모스크바 타임스The Moscow Times〉는 제임스 카메론이 영감을 얻기 위해 바이칼에 왔다고 보도했다.

 

필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영화 전반에 걸쳐 바이칼 호수의 문화에 큰 영향을 받고 설정을 갖다 썼을 것으로 본다. 엄청난 깊이의 바이칼 밑바닥까지 탐험하면서 이 지역의 솟대와 샤먼을 당연히 접했을 것이다. 이 치밀한 감독이 알혼섬의 가장 영험한 샤먼의 성지 부르칸Burkhan 바위와 전설에 대해 살펴보거나 조사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아바타〉는 인류 원형 문화의 신단수, 여신 문화 등 인류 원형 문화를 핵심 주제로 깔고 있고, 차히크Tsahik라는 샤먼, 수행 문화가 등장한다. 이 모든 핵심 개념들의 뿌리에 해당하는 곳이 바이칼이다. 샤먼 바위 근처에 있는 13개의 나무 기둥은 세르게Serge라는 삼신 솟대이다. 샤먼들은 이 세르게를 세 번 돌면서 기도와 고시레(고수레)를 올린다.

 

알혼섬 민속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세르게는 하늘, 땅 위, 땅 아래라는 삼계 우주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는 시베리아 샤머니즘 속에 천일天一(조화신), 지일地一(교화신), 태일太一(치화신)의 삼신 문화가 원형 그대로 전해 오고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된다.

 

 

알혼섬에서는 부리야트Buryat 샤먼의 최대 행사, ‘한든 타일라간’이 6년마다 열린다. 울란우데, 몽골, 중국과 미국의 대표 샤먼 40여 명이 모인다. 샤먼들은 북을 치며 주문을 읽고 제물을 바친다. 제물은 가장 고통을 적게 주는 방법으로 양을 희생시킨다. 〈아바타〉 1에서도 동물을 사냥할 때 가장 고통을 적게 하고 우리를 위해 희생해서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동물에게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제물이 바쳐지면 신성한 자작나무로 생명의 나무를 심고, 가지에 기원이 담긴 천을 묶어 지상으로 내려오는 신을 맞을 제단을 갖추어 알혼섬의 동쪽을 향해 제의를 진행한다. ‘알혼’은 ‘나무가 드문 혹은 메마른, 햇볕이 잘 드는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바이칼은 한민족의 시원始原인 곳이니 ‘알혼’을 우리말로 생각해 보는 사람들이 많다. 알을 하느님으로 보기도 하고, 알혼을 ‘알아라 너의 혼을, 알아라 너의 진정한 모습을.’으로 말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지만, 알혼이라는 말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네 혼을 알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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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는 천해天海(바이칼호)의 아이사비阿耳斯庀에서 인류의 조상 나반那般과 아만阿曼이 꿈에 천신(삼신상제님)의 가르침을 받아 혼례를 올려 동서 인류의 뿌리가 되었고, 창세 시원사의 주인공인 광명족[환족桓族]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서술하였다. 천지의 만물 생성과 변화 운동의 출발점은 북극이다. 주위로부터 360개의 물줄기가 들어와 이루어진 바이칼호는 천하天河, 천해天海라 불린다.

 

 

 

시베리아의 푸른 눈이라 불리는 바이칼은 ‘바이Bai’와 ‘칼Kal’의 복합어이다. ‘바이’라는 말은 시베리아 샤머니즘에서 상고 시대의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샤먼’을 가리키고 ‘칼’은 괼, 골, 곌 등으로 불리는 넓은 계곡과 호수를 지칭하는 말이다.

 

바이칼에는 ‘태초 샤먼의 호수’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바이칼호의 성분이 모체에서 태아를 보호하는 양수羊水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 천하(천해)는 감방坎方의 북극수로 인간을 처음 탄생케 하는 지구의 자궁子宮이다.

 

마쓰모토 히데오松本秀雄 오사카 의과대학 교수의 동아시아인 Gm유전자 지도 연구에 의하면 한민족과 일본, 동아시아 사람들이 바이칼호 지역에서 기원하였음이 밝혀졌다. 또한 1997년 러시아 바빌로프 일반유전학 연구소의 일리아 자하로프Ilya Zakharov 박사팀은 바이칼 인근의 투바족(중앙아시아의 투르크계 종족)과 부리야트족(바이칼호 동부 거주)의 유전자 풀pool을 연구하였는데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와 Y염색체 연구,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유전학적 연구가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결론은 아메리카 인디언의 조상들이 서쪽으로는 알타이Altai 지역, 동쪽으로는 사얀Sayan 지역과 바 이칼 지역, 그리고 몽골의 북부 지역을 포함한 영역에서 이주해 갔다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는 인디언 문화에 서 많은 부분을 가져다 쓰고 있는데 바이칼과 인디언 문화가 이렇게 또 연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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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옵테늄과 제국주의, 인디언 학살

서구인들에게 ‘서부 개척 시대’는 꿈과 희망이 가득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는 실로 끔찍한 시대였다. 그 개척 과정에서 인디언들은 백인들이 가져온 전염병과 알콜 중독에 시달리고, 부족들을 이간시키기 위한 계략에 빠져 서로 싸웠으며, 강제 이주에 저항하거나 맞서 싸운 인디언들은 참혹히 몰살당했다.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도착했을 때 3천만 명으로 추산되었던 북미 인디언들의 인구는 백인들과 인디언들의 마지막 전투였던 ‘운디드 니Wounded Knee 학살’(1890년) 즈음에는 25만 명으로 급감한다. 현재 인디언들의 후손은 미국 영토의 1.5%에 해당하는 ‘인디언 보호 구역’ 안에 모여 살고 있다.

 

그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땅과 역사, 문화, 언어와 전통을 잃어버린 채, 전통 의상을 입고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고 있다. 그래서 영화 〈아바타〉는 미국 서부 개척 시 인디언 학살에 대한 반성이라는 평이 많이 있다. 판도라에서 살아가는 나비Na’vi족은 나바호Navaho 인디언들에 대한 은유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자원 수탈과 제국주의가 더해진다.

 

영화에서는 지구가 황폐화되는 상황에서 무인 탐사선이 알파 센타우리의 지구형 위성인 판도라에서 언옵테늄Unobtainium이라는 광물을 최초로 발견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kg당 2,000만 달러(약 200억 원)에 이른다는 설정이다. Unobtanium은 Un+Obtain+ium으로 ‘구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뜻이며, 영화 내에서는 상온 초전도체로 등장한다.

 

이 언옵테늄만 있으면 당장 상온 핵융합 발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나비족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국면으로 치닫는다. 영화에서 홈트리가 있는 곳 반경 200km 땅속에 언옵테늄이 매장돼 있기 때문에 지구인들은 이곳을 차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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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족과 직접 부딪히는 RDA라는 조직은 Resources Development Administration (자원개발관리단)의 약자로 〈아바타〉에 등장하는 초거대 성간 기업이다. 말하자면 우주 스케일의 동인도 회사라고 할 수 있는 악惡의 근원이다.

 

‘동인도東印度 회사’(East India Company, EIC)는 17세기 대항해 시대 당시, 유럽 여러 나라에서 동인도에 만들었던 아시아 무역 회사로 이름은 무역 회사지만 회사의 수장이 식민지 총독을 겸하였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무역을 완전 독점하고, 회사 영토 내에서의 사법 및 치안권은 물론 제한적인 외교권 및 군사 행동권까지 갖고 있는 사실상의 총독부였다. 최초의 기업군대로 평가받으며 인도의 경제적 자원을 수탈했다. 영화의 ‘아바타’라는 이름은 인도 문화를 차용하였는데 RDA는 그 인도를 수탈했던 영국의 동인도 회사와 정확히 겹친다.

 

 

 

미국의 역사학자 윌 듀런트Will Durant는 ‘인도에 대한 영국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착취는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는 범죄였다.’

- 샤시 타루르Shashi Tharoor, 『인도, 암흑의 시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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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로 본 인디언의 영성 문화와 〈아바타〉의 수행 문화

북미 인디언에 관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신정神政을 받으며 산 옛 이스라엘인의 종교에 버금갈 정도로 인디언은 종교 안에서, 종교에 의해 관습적으로 살아왔다.

 

- 스미소니언박물관 인디언 문화의 권위자 개릭맬러리

 

북미 인디언들의 영성 문화에서 신교 문화의 체취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인디언의 삶과 철학을 평생 관찰한 어니스트 톰슨 시튼E. T. Seton(작가, 예술가)은 인디언이 ‘한 위대한 신(GreatOversoul)’을 믿었다고 전한다.

 

인디언의 한 갈래인 포니족은, 그 위대한 신이 “온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최고 통치자이고, 그분의 뜻에 따라 모든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다고 한다. 포니Pawnee족은 그들의 신에게 파이프 담배의 첫 모금과 준비된 음식의 첫 숟가락을 언제나 잊지 않고 바쳤다. 이처럼 인디언도 동북아 신교 문화권과 마찬가지로 절대자 신을 ‘우주의 통치자 하나님’으로 인식하고 받들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수우Sioux족 인디언의 의무는 ‘그분’에게 매일 경배를 드리는 것이라고 한다. 새벽에 깨어나면 물가로 내려가 목욕을 한 다음 태양이 지평선에서 춤출 때 태양을 마주 보며 동터 오는 새벽 앞에 똑바로 서서 말없이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이것은 오늘날의 그 어떤 종교 못지않게 경건함이 넘치는 예배 의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모습은 『환단고기』에 기록된 환국 시대 백성의 생활과 너무도 같다. 『환단고기』의 기록에 의하면 환국 시대의 사람들은 “아침이 되면 모두 함께 동산東山에 올라 갓 떠오르는 해를 향해 절하고, 저녁에는 모두 함께 서천西川으로 달려가 갓 떠오르는 달을 향해 절하였다.(「태백일사太白逸史」 환국본기桓國本紀)”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은 영혼의 나무를 중심으로 둥근 원형으로 둘러앉아 영적인 춤을 추며 주문을 읽는다. 그런데 인디언 문화에도 이와 같은 모습으로 나무를 중심으로 둥글게 춤추고 노래하는 영성 문화가 있었다. 바로 ‘고스트 댄스’이다.

 

▲영화 ‘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2007’의 고스트 댄스

 

 

 

인디언의 신앙생활과 관련하여 근세에 일어난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다. 네바다Nevada주의 파유트족 인디언인 워보카Wovoka(1856~?)에 의해 시작된 ‘고스트 댄스Ghost Dance’(천지 성령의 춤) 운동이다. 1889년 1월 1일 워보카가 하늘에 올라가 신으로부터 받은 이 춤은, 사람들이 특정한 장소에 모여 ‘중앙의 생명나무를 중심으로 둥글게 원을 만들어서 추는 춤’이다.

 

그 목적은 춤을 추면서 조상의 영혼을 만나는 것이라고도 하고, 앞으로 죽음, 질병, 노화가 없는 새로운 세계가 오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고스트 댄스는 북미 각지의 인디언에게 순식간에 퍼져 나가 인디언의 영적 부흥을 주도하였다. 하지만 인디언들이 벌인 최초의 조직적인 운동이었던 이 춤은, 미국 정부가 1890년 12월 29일 수백 명의 인디언을 무차별 참살한 이후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2년 만에 중단되긴 했지만, 이것은 현대의 인디언 사회에 일어난 ‘신교의 부흥 운동’이다.

- 『환단고기』 역주본(상생출판) 해제

 

미국 HBO 채널에서 제작한 영화 〈내 심장을 운디드 니에 묻어다오(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2007)〉는 백인들의 미국 서부 개척사에서 예언자인 인디언 워보카가 하늘에서 받은 춤을 전파하며 인디언의 전통과 결속을 회복하려 하자, 이 영적 부흥 운동에 두려움을 느낀 미 육군 제7기병연대 500여 명이 1890년 12월 29일 사우스다코타South Dakota주 운디드 니와 그 근처 언덕에서 저지른 원주민 학살에 대한 내용이다.

 

영화에는 워보카가 하늘에서 받은 이 춤을 가르치고 한 맺힌 그들의 마음을 달래는 장면이 잘 묘사돼 있다. 이들이 북을 치며 둥글게 돌며 노래하는 장면은 『환단고기』 「태백일사」 삼한관경본기三神五帝本紀에 기록된 “동쪽 교외에 천단天壇을 쌓고 삼신께 제사 지낼 때, 많은 사람이 둥글게 모여 춤을 추고 북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라는 내용과도 매우 흡사하다.

 

 

고스트 댄스에 등장하는 생명나무는 동북아 신교 문화권에서 소도蘇塗에 심었던 신단수神檀樹와 같은 것이다. 인디언이 모신 생명나무는 신이 응감하는 나무로서 천상의 하나님과 소통하는 매개체이다. 상고 시대 동북아 사람들이 소도에서 천제를 거행한 후 신단수 주위를 빙빙 돌며 다 같이 춤과 노래를 즐겼던 모습이 인디언들의 고스트 댄스에서 재현된 것이다.

 

그 원형의 모습을 영상으로 구현해 놓은 곳이 있는데, 중국 요령성遼寧省의 동산취東山嘴 홍산 유적 전시관에는 홍산인들의 제천 의식을 보여 주는 흔적들이 있다. 중앙에 신단수를 모시고 제물을 올려 놓은 후 세 겹으로 둥글게 사람들이 둘러서서 천제를 올리는 모습은 나무를 중심으로 춤을 추는 인디언의 고스트 댄스, 〈아바타〉 장면 중 영혼의 나무 아래에서 하는 도공, 그리고 『환단고기』의 기록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환단고기』에는 환국, 배달, 조선의 백성들이 둥글게 춤을 추는 환무環舞에 대한 기록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16세 위나 단군 재위 28년 무술(단기 751, BCE 1583)년에 임금께서 구환족의 모든 왕을 영고탑寧古塔에 모이게 하여 삼신 상제님께 천제를 지낼 때, 환인천제⋅환웅천황⋅치우천황(14세 환웅천황)과 단군왕검을 배향하셨다. 5일간 큰 연회를 베풀어 백성과 함께 불을 밝히고 밤을 새워 「천부경」을 노래하며 마당밟기를 하셨다. 한쪽에 횃불을 줄지어 밝히고, 다른 쪽에서 둥글게 춤을 추며[환무環舞] ‘애환가愛桓歌(환화를 사랑하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애환가」는 고신가古神歌의 한 종류이다.

- 「단군세기檀君世紀」

 

이 내용의 핵심은 삼신 상제님께 천제를 올리고 선대 제왕님들과 조상님들을 모시고 「천부경」을 노래하며 둥글게 춤을 추었다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의 장면에도 신단수 아래에서 둥글게 모여 에이와 여신과 접속해 조상들과 만나고 목소리를 듣고 주문을 노래한다.

 

이런 환무 문화가 현대에까지 전해진 것이 강강술래라 할 수 있다. 『잃어버린 한국사 6000년』이란 책에서 저자(김종서)는 강강술래를 “만방에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후손들인 배달족의 백성들이 모여들어 종족의 단합과 화합을 상징하는, 세계 최고의 나라인 하나님의 나라, 즉 환국의 건국을 자축하는 춤”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환단고기』와 「천부경」 문화를 다양하게 보여 줬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강강술래는 성공 기원 응원가나 전시, 홍보, 개막식에서도 선보였다. 강강술래는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추는 환무環舞로서 단합과 화합을 위한 대동의 춤이다. 그 자리에서 스스로 노랫말을 짓는 즉흥성과 모두 하나 되어 신명나게 노는 공동체적 놀이의 특성이 두드러진 일종의 종합 예술이다.

 

“마한 사람들은 하느님과 조상신에게 제사 지내고 수십 명이 함께 뒤를 따르면서 손발을 서로 맞추고 몸을 낮추었다 높였다 하면서 춤을 추었다.”(『삼국지』 「위서동이전」)라는 중국 기록이 말해 주듯, 강강술래는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행한 제천 의례의 뒤풀이 문화가 전승된 것이다.

- 『환단고기』 역주본(상생출판) 해제

 

마한 사람들이 몸을 낮추었다 높였다 하는 춤을 추었다고 하는데, 인디언들의 고스트 댄스가 매우 유사하다. 인디언의 신교 부활 운동은 1890년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개벽의 땅 한반도에서 1860년 4월 5일 최수운崔水雲 대성사가 상제님과의 ‘천상문답天上問答’으로 도를 통한 사건이 있었다. 상제님께 천명과 신교를 받고 천주님을 모시는 시천주侍天主 주문을 선포했다. 천재라 불렸던 범부 김정설은 이 일을 ‘신도성시정신神道盛時精神의 기적적 부활’이라며 신교 부활이라는 대사건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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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영화 〈아바타〉는 인디언의 영성 문화를 보여 주고 있는데, 증산도 『도전道典』 5편 376장에는 상제님께서 인디언 마을에 가서 보신 공사가 있다. 상제님께서 형렬과 호연을 데리고 공중으로 떠다니며 여러 산을 다니시는데, 어느 산꼭대기에 멈추시자 호연이 밑을 내려다보니 강과 마주 닿은 산기슭에 원두막처럼 생긴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호연이 바라보니 피부는 붉고, 옷은 배자 비슷한 짙푸른 색 상의에 짧은 바지를 입었는데 얼굴에는 검은 무늬를 그렸으며 머리 가운데는 민머리를 하였고 양쪽 귀 뒷부분에는 깃털 같은 것을 꽂은 사람들이 모두 집 밖으로 나와 상제님께 연거푸 절을 하며 무어라 중얼거리거늘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기운을 열어 주시어 호연이 들어보니 그들이 서로 말하기를 “며칠 전부터 산이 울더니 하느님께서 오시려고 그랬는가 보다. 산이 하느님을 받아들이려고 ‘윙~윙~’ 쇳소리를 내며 울었다.” 하더라.

(도전道典 5:376:7~11)

 

종도사님께서는 이들의 옷과 얼굴의 그림들, 귀에 꽂은 깃털 등 모든 정황이 인디언의 나라에 가신 것으로 말씀하셨다. 이 인디언들이 며칠 전부터 산이 울더니 하느님께서 오시려고 윙윙 쇳소리를 내며 울었나 보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매우 신비롭게 느껴진다.

 

환국에서 건너간 인디언들은 본래 ‘위대한 한 신’을 모셨었고 고스트 댄스로 잃어버린 신교의 부활을 꿈꾸었는데, 상제님께서는 우주의 아버지로서 그들을 만나시고 공사를 보셨던 것이다. 『도전』 말씀과 〈아바타〉 영화를 연관 지어 보면서 어쩌면 고스트 댄스는 상제님께서 아메리카 인디언에게 내려 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호에서는 영화 〈아바타〉에서 에이와 여신, 바이칼과의 관련성, 인디언의 영성 문화를 살펴보았다. 다음 호에는 〈아바타〉 분석 3회로 고래 사냥과 불로장생, 호흡법과 메디테이션 문화, ‘샤헤일루’라 불리는 천지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I SEE YOU’라는 명대사로 살펴보는 광명 문화라는 흥미로운 주제 글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영화 〈아바타Avatar〉 분석 (3)에서 계속..

Posted by 북두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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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Avatar〉 분석(1)

 

본부도장 한재욱

 

🎬영화 소개

〈아바타Avatar〉는 전 세계 박스 오피스Box Office 1위 기록을 보유한 영화다. 또 실질적인 3D 영화의 시작으로, 최초이자 최고의 사례로 꼽힌다. 29억 달러, 한국 돈으로 거의 4조 원의 수익을 거두었다. 한국에서도 외화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다.

 

〈아바타〉 1편에서 지구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 판도라Pandora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며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Na’vi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종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Jake Sully(샘 워싱턴 분)’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할 것을 제안받아 판도라로 향하고 나비족의 삶에 동화되어 인간들의 자원 수탈과 침탈에 맞선다.

 

〈아바타 2편: 물의 길(The Way of Water)〉은 황폐화된 지구를 버리고 대규모 우주선단으로 온 인간들에게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Neytiri(조 샐다나 분)’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 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 고래잡이로 상징화된 자연 파괴의 죄악 등을 그렸다.

 

🎥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이 말은 어느 정도 립 서비스lip service가 있는 말이겠지만, ‘테스트 베드Test bed’라는 용어가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이다. 그동안 한국 관객들의 적극성과 문화 수준 및 영화 산업의 규모 등은 테스트 베드의 표준처럼 작용해 왔다. 오래전부터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최초 개봉을 하는 이유가 이런 점 때문이다.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할리우드의 살아 있는 전설 중 하나이자 ‘흥행의 제왕’이라 불리는 감독으로, 그가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세계적으로 대흥행을 기록하여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1980년대 영화계에 입문해 미래 사회의 암울한 묵시록이 담긴 SF 액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에이리언 2〉, 〈어비스〉, 〈타이타닉〉, 〈아바타〉 시리즈 등을 만들었으며, 또한 이 과정에서 CG(Computer Graphic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영상 기술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아바타 시리즈 2편인 〈아바타 : 물의 길〉에는 최종진 CG 슈퍼바이저, 황정록 시니어아티스트 등 VFX(Visual Effects)에 한국 아티스트들의 손길이 많이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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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아바타라(산스크리트어: अवतार Avatāra) 또는 아바타Avatar는 신神의 화신化身(incarnation of God or god)을 뜻하는 힌두교 용어 또는 교의敎義이다. 신이 천상계에서 지상계로 내려와 육체적 형상을 입는 것을 의미한다.

 

힌두교에서 ‘아바타’라는 낱말은 반드시 ‘신의 화신’을 의미하지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의 화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힌두교의 아바타는 신이 몇 번이고 다른 인간의 몸을 통해 올 수 있지만, 기독교에서는 오직 예수만이 육화한 신이라 한다. 그래서 기독교는 Avatar(화신)와 구분되는 incarnate(육체를 부여하다)나 embodiment(구체화)로 표현한다(육화肉化/성육신成肉身).

 

또 인터넷이나 게임 용어로는 사용자의 분신分身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는 캐릭터를 아바타라고 칭한다. 영화에서 아바타는 인간과 원주민들의 DNA 혼합으로 양성된다. 나비족과의 소통을 위해 아바타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그레이스 오거스틴Grace Augustine(시고니 위버 분) 박사가 개발했다.

 

아바타는 조종사와 신경계가 동조되어야만 비로소 조종이 가능해진다. 독실한 힌두교인의 관점에서는, 컴퓨터 용어인 아바타와 영화 아바타에서 사용된 ‘아바타’라는 낱말은 지극히 신성한 말 또는 개념을 세속화·물질화·희화화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힌두교의 삼신(브라흐마·비슈누·시바) 중 비슈누Viṣṇu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큰 고난의 때에 현현하여 나타난다고 하는데, 역사 속에 열 번 온다고 한다. 아홉 번째 아바타는 석가모니로 힌두교에 불교 문화가 수용되었고, 열 번째로 오는 아바타는 칼키Kalki로 미륵불彌勒佛을 뜻한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힌두교의 첫 번째 아바타가 우리나라의 문화에도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고대 인도에는 사회적인 기본 생활 규범과 의례 등을 써 놓은 ‘마누Manu법전’이 있었는데, 마누는 인도 대홍수 신화의 주인공이다.

 

비슈누 프라나에는 비슈누가 마누에게 “대홍수가 나면 배를 타고 히말라야로 일곱 현인(칠성령 문화)과 함께 도망가라.”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이때 비슈누가 물고기 아바타(마츠야)로 나타나서 마누와 일곱 현인을 태우고 간다. 이것을 상징으로 쓴 것이 유명한 ‘쌍어雙魚 문양’이다.

 

 

 

그런데 이 쌍어 문양을 쓰는 곳이 가야 허황후의 모국인 인도의 아유타국阿踰陀國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가락국기」에는 상제님의 명으로 김수로왕과 허황옥許黃玉이 결혼을 하는 내용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고, 인도에서 온 허황옥을 증명하듯 경남 김해 김수로왕릉 정문에는 쌍어문이 그려져 있다.

 

한마디로 인도 비슈누의 첫 번째 아바타가 한국의 김해 김씨, 김해 허씨의 상징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의 꿈

“군 병원에 있을 때 나는 날아다니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난 자유로웠다.

 “모든 게 반대가 됐다. 꿈속이 현실이고 이쪽이 꿈이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제이크 설리의 대사이다. 아바타에 동기화가 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실의 삶과 아바타의 삶 사이에서 제이크가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영화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의 꿈으로 시작하는데,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연상시킨다. 중국 전국 시대의 인물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다가 깼는데,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만물이 변화하는 도를 말하고자 하는 ‘호접몽’이 영화에 핵심적으로 도입돼 있는 셈인데, 공교롭게도 한국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겠지만 판도라의 주민은 ‘나비족’이다. 나비족과 나비가 된 호접몽, 한국인들에게는 묘하게 들릴 만한 내용이다. 더 기묘한 내용이 있다. 나비족의 성인식은 나비족의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나비족이 성인식을 치르고 나면 홈트리Hometree 가지로 활을 만들 수 있으며 나비족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생긴다.

 

우리말의 나비, 즉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나비는 애벌레로 한 번 태어났다가 번데기를 거쳐 완전히 변화된 성충成蟲 나비로 두 번 태어나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나비족의 구성원도 두 번째의 성례 의식을 거치며 인정을 받고 완전한 성인 전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나비 호접몽과 나비 변태)을 살펴볼 때 아바타의 ‘나비’라는 말은 한국어로 생각할 때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는 말이다.

 

🦋“나비는 모두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모두에게 인정받는 순간이다. 영원한 나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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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트리와 활

 

 

 

홈트리는 나비족의 정신과 육체를 모두 어우르는 집으로 거대한 나무이다. 나비어로 켈루트랄Kelutral이라고 하고 높이 약 460미터에 직경 30미터 이상이다. 중앙에는 줄기가 나선형으로 자라나 생겨난 천연 계단이 있고, 나비족들은 이를 이용해 나무 내부를 오르내린다. 그런데 나선형은 DNA의 모습이기도 하다.

 

“물의 전체적인 신진대사 과정은 초목의 신진대사 과정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 빅터 샤우버거

 

오스트리아의 산림 관리원이며 과학자였던 빅터 샤우버거Victor Schauberger(1885 ~ 1958)는 물의 본성이 나선형이며 소용돌이 운동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물이 나선형으로 움직이는데 나무는 그 물을 끌어 올려 생장한다. 그런데 홈트리는 나선형의 물처럼 나선형으로 자라난다. 물의 마법사라 불렸던 빅터 샤우버거의 말처럼 물의 움직임이 초목의 생장 모습으로 그대로 나타난 것이 홈트리의 나선형 줄기와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뒤에 언급하겠지만 홈트리 밑에 묻힌 광물인 언옵테늄Unobtainium(‘구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뜻)은 초전도체인데 볼텍스(나선형)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나비족에게는 홈트리가 집이면서 신성한 나무인데, 지하에 엄청난 양의 언옵테늄이 매장되어 있어 인간들에게는 탐욕의 대상이다. 나비족을 몰아내기 위해 결국 무력으로 건십gunship을 이끌고 와 폭격을 가해 홈트리를 불태워 버린다.

 

 

나비족은 성인이 되면 홈트리 가지를 부러뜨려 개인용 활을 만들 수가 있다. 즉 성인이 되면 홈트리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제이크는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해 진정한 나비로 인정받는다. 나비족이 말을 타고 달리며 화살로 사냥하는 장면에서 유목 민족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내 활을 가져가거라. ‘오마티카야’들을 부탁한다.”

- 에이투칸

 

오마티카야Omatikaya의 부족장이며 네이티리의 아버지인 에이투칸Eytukan(웨스 스투디 분)은 홈트리가 무너지면서 부상을 당해 죽어가며 유언을 남긴다. 딸 네이티리에게 활을 전하며 오마티카야 부족을 부탁한다.

 

아바타 2편에서도 네이티리는 아버지에게 받은 활을 명예롭게 여기며 부족을 지키려 한다. 여기서 활을 전하는 것은 종통宗統의 계승을 뜻한다. 이처럼 아바타에서는 활이 나비족의 진정한 자격이며, 종통의 상징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올림픽에서 양궁대회 금메달을 놓치지 않는 한국인을 떠올리게 된다. 동방 배달민족이 ‘동이東夷’라 불린 것은 치우천황이 큰 활을 만들어 쓴 이후이다. 큰 활[大弓]의 위엄을 대단히 두려워한 한漢족은, 배달민족을 가리켜 ‘큰 활을 잘 쏘는 동방 사람’이란 뜻으로 동이東夷(=大+弓)라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나비족이 그들의 키만 한 대궁을 쏘는 장면들은 인디언의 이미지와 연결되고, 그 이전 동이족과의 깊은 연관성을 느낄 수 있다.

 

환국의 환족은 약 1만 년 전부터 베링 해협을 건너 남북 아메리카 대륙으로도 이주하였다. 이것은 인디언의 언어, 혈액형, 체질, 치아, 문화 등을 연구한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독일의 고고학자 알렉산더 훔볼트Alexander Humboldt(1769~1859)는 “아메리카의 많은 신화, 기념물, 우주 발생에 관한 사고는 동아시아의 것과 놀랄 만큼 흡사하다.”라고 주장한다.

 

영화 〈아바타〉는 백인의 인디언 학살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이 많다. 실제 나비족의 복장과 문신, 주술적인 행동들은 영화 〈포카혼타스〉나 〈늑대와 춤을〉이 생각날 정도로 아메리카 인디언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신성한 에이와Eywa 여신과 연결된 홈트리 나무, 그리고 나무의 가지를 자신의 활로 만들어 한 명의 온전한 나비가 되는 나비족, 부족장의 권한을 이어받는 상징으로서의 활, 이 모든 것이 환국에서 건너간 한민족의 문화와 연결된다.

 

영화 〈아바타Avatar〉 분석(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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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북두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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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천년의 약속 (3)

 

 

상생문화연구소 노종상

 
 
제2장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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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표율사에 대한 전기는 몇 가지가 전해지고 있다. 국내 기록으로는 고려시대의 고승 일연이 쓴 『삼국유사』 권4 제5 「진표전간眞表傳簡」과 「관동풍악발연수석기關東楓岳鉢淵藪石記」(이하 「석기」로 줄임)가 대표적이다.

 

전기는 아니지만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실려 있는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도 진표의 행적에 대한 일부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기록에는 송나라 찬영贊寧(930∼1001)이 쓴 『송고승전』 권 제14 「당백제국금산사진표전唐百濟國金山寺眞表傳」(이하 「진표전」으로 줄임), 원나라 사람 담악曇噩이 찬술한 『신수과분육학승전新修科分六學僧傳』의 「진표전」 그리고 명나라 태종 성조成祖가 지은 『신승전神僧傳』 권7 「진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중국기록인 『신수과분육학승전』의 「진표전」은 『송고승전』의 「진표전」을 거의 그대로 옮겨 실었다. 『신승전』의 「진표」 역시 마찬가지다. 『송고승전』 「진표전」의 첫머리에 있는 출가 동기에 대한 부분과 끝부분의 금산사 조성에 관한 부분만 제외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중국기록으로서 전표 전기는 『송고승전』의 「진표전」 한 편으로 귀착된다.

 

금산사를 다녀온 뒤에 나는 꽤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였다. 국내 도서관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모은 국내외 자료도 제법 쌓였다. 그 결과를 연구노트에 정리하고 있을 때, 학생들이 연구실로 들어왔다. 이번 학기에 나한테 수강하고 있는 ‘한류반’ 학생들이었다.

 

💬“어서들 오게.”

나는 학생들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 “뭐하셨어요? 지난번에 금산사 다녀오신 뒤로 엄청 바쁘신 것 같던데요. 역시, 진표율사인가요!”

 

💬“음. 맞아. 내 나름대로 진표율사에 관한 전기를 수집하다 보니까 말이야. 아주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네.”

 

- “뭔가요, 교수님?”

 

💬“『송고승전』에 실려 있는 「진표전」은 송나라 단공端拱(988~989) 원년에 찬술되었단 말이야. 진표 전기의 찬술시기로는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오래되었지.”

 

- “그 말씀은…, 진표율사 전기가 중국에서 먼저 기록되었다는.” 석사과정 2학기인 여학생 정지원이 말했다. 그는 불제자로서 이번 학기에 내가 강의하는 과목은 물론, 특히 내가 관심을 두고 진표율사 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다.

 

💬“맞아. 바로 그 점일세.”

- “….”

 

💬“문제를 좀 더 확대시키면 더욱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네.” 나는 어조에 힘을 주면서 정지원을 보았다. 그의 지식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려는 의도였다.

 

- “네. 교수님. 진표율사는 신라 시대 다른 고승들과 같이 당나라에 구법 유학을 하지도 않았고, 또한 직접 집필한 저술도 남기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까지 알려져 그의 전기가 국내보다도 먼저 중국에서 『송고승전』을 비롯한 몇 편의 고승전에 실려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아.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네.”

 

-“굳이 비교하자면 원효와 같은 인물이군요,” 박사과정 1학기에 재학하고 있는 송진호가 메모지를 무릎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지. 원효 역시 당나라에 유학하지 않은 고승으로서 『송고승전』을 비롯하여 각종 중국의 고승전에 입전되었으니까.”

나는 송진호와 정지원을 번갈아 보며 일단 송의 의견에 일단 동의를 하였다.

 

- “교수님. 하지만 진표와 원효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정지원이 반대의견을 들고 나왔다. 이미 예상했던 대로였다.

 

💬“응. 말해보게.”

 

- “원효는 많은 저술을 남겨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심지어 중국에까지 영향을 주었잖아요. 그러니까 중국 고승전에 입전될만하죠. 또, 원효는 두 차례나 당나라 구법 유학을 시도했었잖아요.”

 

정지원이 지적한 것처럼 원효가 두 차례에 걸쳐 당나라 유학을 시도한 것은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다. 원효가 당나라에 유학하려고 했던 이유는 유식학을 공부하기 위함이었다. 유식학의 중국(신라도 마찬가지였다) 전래는 세 단계에 걸쳐 전해졌다.

 

첫째는 보리유지菩提流支의 『십지경론十地經論』의 한역, 둘째는 진제眞諦의 『섭대승론攝大乘論』의 한역, 셋째는 현장玄奘의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과 『성유식론成唯識論』의 한역이다. 이러한 유가유식사상의 한역으로 종파가 발생하여 『십지경론』의 지론종地論宗을, 『섭대승론』은 섭론종攝論宗을, 그리고  『유가사지론』과 『성유식론』은 법상종法相宗을 발생시켰다.

 

이 가운데 보리유지와 진제가 전한 유식학을 구유식, 현장의 유식학을 신유식이라고 하였다. 이 유가사상은 미륵신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의 유가유식은 세 차례에 걸쳐서 도입되었고, 또 유가사상과 함께 미륵신앙을 도입한 이들 세 종파는 눈부신 신앙운동으로 유가사상의 보급과 함께 미륵신앙도 토착화시키게 된다.

 

중국에 전해지고, 발생한 유가유식은 신라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신라에는 유식학자가 많았다. 섭론종에 속했던 원광법사와 법상종에 속하는 원측법사를 비롯하여 원효, 도증道證, 승장勝莊, 신방神昉, 순경順璟, 경흥憬興, 둔륜遁倫, 태현太賢 등이 그들이었다. 이 가운데 원효가 처음 접한 유식은 구유식이었다. 원효와 의상義湘은 중국에 전해진 신유식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것은 신라 불교계에서 하나의 신사조에 다름없었다. 원효와 의상은 그 신사조를 공부하기 위해 중국을 향했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는 고구려의 국경에서 체포됨으로써 실패로 끝났다. 두 번째 시도는 뱃길이었다. 오늘날의 충남 당진인 당주항唐州港에서 중국 배를 기다리면서 어떤 묘막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한밤중에 원효는 갈증이 났다. 물을 찾다가 근처의 샘에서 물을 달게 마셨다. 이튿날 아침에 다시 샘을 찾은 그는 자신이 간밤에 마신 감로수가 해골에 고인 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보고 구토가 일어났고 그 순간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당시 원효가 읊었다는 오도송이 전한다.

마음이 일어나는 까닭에 갖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면 감龕과 분墳이 둘이 아니네.

삼계가 오직 마음이 지은 것이며, 모든 현상은 의식의 전변이다.

마음 밖에 법이 없는데 어찌 달리 [마음 밖에서] 구하겠는가

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龕墳不二. 三界唯心 萬法唯識 心外無法 胡用別求.

 

원효는 당나라 유학을 포기하고 신라로 돌아오고 말았다. 동행하였던 의상은 홀로 당나라로 구법 유학을 떠나 정작 당나라 수도 장안에 가서는 유식학이 아닌 화엄학을 공부하여 해동 화엄학의 개조가 되었다.

 

💬“그런가. 그렇군. 허허.” 나는 정지원의 견해에 동의하였다. “그렇다면, 진표율사가 당시 유행이다시피 한 당나라 유학도 하지 않고, 저술도 남기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고승전에 입전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 “자명하지 않을까요. 진표의 교화력과 명성이 국내 신라는 물론 중국까지 명성을 떨쳤던 까닭이겠지요. 결국 진표율사의 교화력이라고 봐요.”

 

💬“교화력이다!”

 

- “저도 동의합니다. 무엇보다도 진표율사가 추구했던 미륵신앙과 참회교법 등에 의한 교화와 대승보살로서의 실천적 삶이 뛰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송진호가 말했다.

 

💬 “대승보살로서의 실천적 삶이라! 그럴 수도 있겠군. 바꾸어 말하면 대중적 영향력이 그만큼 컸다는 애기였을 테구 말이야.”

 

나는 두 학생의 토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말하자면 그들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 발표는 누구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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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내 기록으로서 진표의 전기 두 편은 『삼국유사』에 앞뒤로 실려 있다. 앞에 실려 있는 「진표전간」은 물론 일연이 기록한 것이다. 같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진표전기라고 해도 「석기」는 기록자가 다르다. 「석기」는 1199년 금강산 발연사 주지 영잠瑩岑이 기록한 「관동풍악산발연수진표율사진신골장입석비명關東楓岳鉢淵藪眞表律師眞身骨藏立石碑銘」(이하 「비명」으로 줄임)을 일연의 제자 무극無極(1250~1322)이 정리, 수록한 것이다.  「석기」 말미에 다음과 같이 덧붙여 놓았다.

 

이 기록(『삼국유사』)에 실린 진표율사의 사적(「진표전간」)과 발연사 비석의 기록은 서로 다른 데가 있다. 때문에 영잠의 기록만을 추려서 실었으니 후세의 현자들이 당연히 잘 살피기 바란다. 무극이 기록한다(此錄所載眞表事跡 與鉢淵石記 互有不同 故刪取瑩岑所記而載之 後賢宜考之 無極記).

 

『삼국유사』에는 ‘무극기無極記’라고 덧붙인 곳이 두 군데가 있다. 『삼국유사』라는 제목은 일연이 붙였으나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제자 무극에 의해서 책으로 간행되었다.

 

「남행월일기」는 전주목 사록겸서기史錄兼書記에 보임된 이규보가 1199년 9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1년 4개월여 기간 동안의 외직생활을 통해 얻은 견문을 토대로 1201년에 정리한 일종의 기행수필이다. 당대 최고의 문인 이규보는 전주목 주변을 두로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기록했는데, 여기에 진표에 관한 기록이 들어있다.

 

이 기록은 영잠의 「비명」과 같은 해에 쓰였다. 현재 전하는 진표에 관한 국내 기록으로는 「석기」와 함께 최초의 기록이다. 기행문이므로 진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기는 아니지만 진표의 수행에 관해서는 매우 유용한 자료다.

 

학생들이 내가 준 프린트 복사본을 읽는 동안 나는 팔짱을 낀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정원사 황세운씨는 오늘도 정원수 정지작업을 하다가 휴식 시간에는 책을 꺼내 읽고 있었다. 잠시 후 나는 자리로 돌아왔다. 각자 읽었던 프린트 물을 앞에 놓고 고개를 드는 학생들을 나는 천천히 둘러보았다.

 

💬“정리를 하면 이렇다네.

 

현재 전하는 진표율사에 대한 전기는 「진표전간」, 「석기」 그리고 「진표전」 등 3종이 있네. 이들 중 「진표전」이 가장 오래 되었지. 그러나 「진표전」은 중국기록으로서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단 말이야.

 

진표율사와 진표전기 찬술자들의 사망연대를 기준으로 「진표전」은 진표 사후 약 230년 뒤에, 「비명」(「석기」)은 약 435년 뒤에, 그리고 「진표전간」은 525년 뒤에 기록되어 있어요. 전기물의 평가 대상이 ‘사실성’ 여부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또한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굳이 사실성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진표와의 시간적 거리와 공간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전기물로서의 ‘가치’가 커질 것이고. 이 경우 시간적 거리는 「진표전」〉「비명」「석기」〉「진표전간」이 되고, 공간적 거리는 「석기」=「진표전간」〉「진표전」이 되지.

 

그러나 시간적 거리에서 「석기」의 경우, 원래 영잠에 의해 집필된 「비명」은 「진표전간」보다 앞서지만, 무극에 의해 정리·편찬된 「석기」는 「진표전간」보다 늦어. 스승 일연이 쓴 「진표전간」을 보고「비명」과 다른 곳이 있어서 제자 무극이 다시 정리하여 「석기」라는 제목으로 「진표전간」 뒤쪽에 수록한 것이기 때문이지.”

 

- “문제는 이들 3종의 전기가 진표율사의 행적에 대한 연대를 각각 다르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진표의 생애에 대한 접근은 이들 3종의 전기에 대한 종합, 비교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요.”

정지원이 지적했다. 

 

-“제가, 어떤 논문을 읽었는데,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그때까지 잠자코 듣고만 있던 박사과정 3학기 백기영이 입을 열었다.

 

“한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 인물의 직접적인 활동 행적을 통하는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인물이 남긴 ‘말씀’을 통하는 길이지요. 특히 종교인의 사상은 그 인물의 삶 자체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 인물이 남긴 ‘말씀’ 또한 중요합니다. 종교인의 ‘말씀’은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진표의 생애와 사상을 탐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전기는 3종이 있지만, 그가 남긴 ‘말씀’의 기록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표의 생애와 사상을 탐구하고자 하는 우리에게는 그에 관한 3종의 전기를 통해 그의 ‘말씀’과 의미를 읽어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 “그렇습니다. 신라 중대 불교사상을 연구할 때 진표율사만큼 논란이 많았던 인물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진표의 행적이 ‘신이神異의 사事’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현존하는 진표 전기 가운데 최초의 기록인 「진표전」이 실려 있는 『송고승전』은 신비주의 성향이 특히 강한 문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표전」뿐만 아니라 두 국내기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 명나라 태종 영락제가 편찬한 『신승전』은 마등摩騰으로부터 원元의 첨파瞻巴까지 신이를 행한 승려 208명의 전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진표의 전기가 실리게 된 이유도 ‘신이의 사’가 큰 작용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송진호가 말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일본의 저명한 불교학자 나카리야 가이텐忽滑谷快天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진표전간」과 「석기」는 모두 황당한 기사로 채워져 있다. 『송고승전』에도 진표의 전기가 실려 있지만 하나도 취할 것이 없다고 비판하였습니다.”

 

노트에 무엇인가를 쓰고 있던 정지원이 고개를 들었다.

 

- “그와 같은 비판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진표율사는 고대 신라시대의 종교인입니다. 종교인의 행적에 신이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종교인’이기를 포기하라는 얘기가 아닐까요. 또한 ‘신이의 사’라고 지적하는 기준도 모호해요. 결국 잣대는 과학적 합리성, 실증성이라는 것일 텐데. 아무리 학문적 접근이라고 해도 그것이 만능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내 생각에 진표 전기에서 신비주의는 불교 나름의 ‘종교적’인 범위를 넘어서지 않습니다. ‘신이의 사’로 기록된 진표의 행적에서 역사적 진면목을 찾아내는 것은 바로 연구자의 몫이 아닐까요.” 정지원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

 

5)

 

묵은 해가 가고, 다시 새해가 왔다.

봄볕이 완연하다.

4월 하순을 지났을 무렵이다. 모내기철이다. 이제부터 들판은 차츰 바빠지기 시작한다.

엄뫼는 온통 푸른 옷으로 갈아입은 지 오래였다.

 

- “잡아랏. 놓치면 안 된다.”

그날 사냥에 나선 진내마가 쩌렁 소리 질렀다. 사슴이었다. 지난해 가을에 놓친 사슴이 생각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잡자.”

진표도 속으로 중얼거렸다.

- “와아, 와아―.”

몰이꾼으로 나선 노비들이 고함을 질러댔다.

 

진표는 말을 몰았다. 그해에도 그의 작은 흑마는 바뀌지 않았다. 복보를 두 발로 차면서 채찍을 휘둘러댔으나 아무리 빨라도 아버지가 타고 있는 백마를 따라잡기에는 턱도 없었다. 그래도 흑마는 나름 달린다고 혼신을 다 해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신나게 달렸는데 사슴은커녕 아버지가 탄 백마는 물론이고 몰이꾼들도 보이지 않았다. 숲속에서 진표 혼자 남은 셈이었다.

 

말은 이미 지쳤는지 걸음이 더뎠다. 진표도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숲속의 싱그런 봄내음이 좋았다.

 

- “도련님 아닌감요?”

그때 판돌이 울먹이는 소리로 길을 막았다. 같은 또래인 판돌은 진표에게 친구나 다름없는 노비였다.

💬“판돌이구나. 혼자 남은 거냐?”

“근당게요.”

 

💬“다들 어디로 갔지?”

“나도 모르것는디요. 함께 달려왔는데, 눈뜨고 보니께 혼자 아닙뎌.”

 

💬그러냐. 어여 타거라.”

진표는 말을 세우고 뒤쪽으로 턱짓을 하였다. 뒤에 타라는 것이었다. 판돌은 얼른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뭐하냐. 내 뒤에 타라구.”

“안되어라 잉.”

판돌이 뒷걸음질을 하였다. 자신의 신분이 노비임을 잊지 않은 까닭이었다.

 

💬“누가 보믄 어쩔라구.”

“보긴 누가 본다고. 어여 타기나 해.”

 

진표가 윽박지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인집 도련님의 명이다. 그제야 판돌은 진표의 뒤에 올라탔다. 작은 말은 힘겹다는 듯 절룩거리면서도 어딘가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낯설지만 낯선 것 같지 않은 숲속 길이다. 진표를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말이 가는대로 몸을 맡길 뿐이다.

해는 이미 중천에서 많이 기울었다.

 

개굴, 개굴―.

얼마나 갔을까. 진표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가까운 곳에 개울이 있었다. 볕이 잘 드는 아늑한 숲속 개울이다. 그러고 보니까 퍽 눈에 익은 숲속이었다. 진표는 개울가로 말을 몰았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제법 요란하였다. 개구리 울음소리만 제외하면 숲속은 정적이 흘렀다. 잠시 동안 주위를 둘러보던 진표는,

💬“쉬었다 가자.”

하고 판돌의 대답을 들을 사이도 없이 말에서 뛰어 내렸다. 판돌도 말에서 내려 뒤따라 왔다.

- “….”

 

바로 그때였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따라 물속을 들여다보던 진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몰속을 보고 있는 눈이 의심스러운 까닭이다.

“도련님, 이거슨.”

판돌이 뒤에서 소리 질렀다.

 

💬“앗. 아아.”

진표는 말없이 탄식을 삼켰다. 맞다. 판돌이 기억하고 있는 바로 그 개구리 꿰미였다. 작년 가을에 사냥을 왔다가 진표의 요구로 일행이 잡아서 물속에 담가 두었던 바로 그 개구리 꿰미였다. 개구리 꿰미는 진표가 물속에 담가 둔 그대로 놓여 있었다. 진표는 꿰미 끝에 눌러놓은 돌들을 치우고 개구리 꿰미를 들어 올렸다. 거기에는 줄잡아서 30마리 가량의 개구리가 아직까지 살아서 퍼덕거렸다. 5, 60마리는 잡아 두었는데, 그렇다면 절반 정도는 죽었다는 얘기였다.

 

개구리 꿰미를 들고 한참 동안 바라보는 진표의 눈가에 안개가 피워 올랐다. 목안이 울컥했다.

―내 잘못이다. 내 욕심으로 이 개구리 절반을 죽였구나.

개구리 꿰미에서 눈을 떼지 않는 진표의 두 뺨으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참회의 눈물이다.

―괴롭구나. 괴로워. 어찌 입과 배가 저같이 꿰어 해를 넘기며 괴로움을 받는고!

진표는 무거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스스로 책망하여 말했다. 한동안 괴로워하던 진표는 버들가지를 끊어 살아있는 개구리들을 모두 놓아주었다.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굳은 표정을 하고 말위에 올랐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이후 진표는 도통 말이 없었다. 아예 말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벌써 달포가 지났다.

그날 밤, 늦게 진표는 안방을 찾아갔다.

 

“표야. 이 밤중에 네가 웬일이냐?”

💬“아버지, 어머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전에 없이 깍듯하게 경어를 쓰는 열두 살 아들을 보고 진내마와 어머니 길보량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아들을 바라보았다.

 

💬“소자는, 중이 되고자 합니다.”

잠시 동안 뜸을 들이던 진표가 뚜벅 말했다. 열두 살 어린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부모는 금방 알아차렸다. 철없는 것 같지만 속이 깊어도 한없이 깊어 부모조차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아들이었다. 아들이 이 정도의 얘기를 한다면, 그것은 어떤 권위와 회유를 가져온다고 해도 도저히 물릴 수 있는 결심이 아니라는 것을. 더구나 진내마 내외는 원근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불심이 깊은 청신사, 청신녀였다. 아무리 그러하기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선뜻 출가하도록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다시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도록 하여라.”

진내마 내외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물론 그 말조차도 형식적임을 모르지 않았다. 혹시라도 아들이 마음을 돌리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죽은 나무 가지에서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것을 부모는 모르지 않았다.

 

진표 역시 부모의 뜻을 모르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안방에서 물러 나왔다. 7일 뒤, 진표는 다시 안방을 찾았다. 그날도 부모는 완곡하게 다시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그렇게 부모를 설득하기를 세 번, 진표는 다시 안방을 찾았다.

 

- “어디로 가겠느냐?”

뜻밖에도 진내마가 먼저 말했다.

 

💬“금산사 숭제스님 문하에 들고자 합니다.”

- “알았다.”

 

진표는 마침내 부모의 허락을 받았다. 그러니까 진표는 개구리 사건을 계기로 출가의 뜻을 품게 되었고, 다음날 모악산 금산사로 들어가 숭제법사 문하에서 출가하였다, 그의 나이 열두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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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북두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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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천년의 약속 (2)

 

 

상생문화연구소 노종상

 
 
제2장 출가

 

 

━━━━⊱⋆⊰━━━━

 

1)

 

💬 “이럇. 이랴 아―.”

 

왼손으로 갈기를 움켜쥔 채 오른손으로 채찍을 휘두르며 말을 모는 목소리가 청아하다. 달리는 동물은 말이라기보다는 당나귀에 가까울 정도로 작은 체구이다. 그러나 안장에 앉아있는 주인과 비교하면 그런대로 격이 맞았다. 온통 검은 털의 흑마이다. 작은 체구에도 흑마는 용맹스럽게 생겼다. 

 

다각다각―. 

 

흑마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짧은 다리로 아무리 달린다고 해도 속도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말 주인은 신이 났다.

 

늦가을 바람이 상쾌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다. 

해는 중천에서 한참 기울었다.

 

- “표야. 천천히 달려라. 조심해야지.”

 

훌쩍 큰 백마를 타고 달리는 아버지는 열한 살 아직 어린아이인 아들 진표가 말을 모는 것이 퍽 대견스럽지만 또한 걱정스러운 듯 눈을 떼지 못한다. 백마는 흑마에 비해 속력을 내어 달리지 않았으나 거의 같은 속도를 유지하였다. 백마가 한 걸음을 뛴다면 흑마는 서너 걸음을 뛰어야 속도가 맞을 정도였다. 뚜벅뚜벅 관절 부분을 꺾어 가면서 절도 있게 걸어가는 백마는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시다. 

 

💬 “괜찮아요. 아버지.”

 

진표는 갈기 잡은 손을 놓고 안장에 반듯하게 앉아서 고삐 줄을 빙글빙글 돌렸다. 

 

- “허어. 인석아. 조심해야지. 딴짓하다가 또.”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짓지 못한다. 진표가 처음 말을 탔을 때 낙마했을 때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진표도 이미 눈치를 챈 모양이다. 

 

💬 “아버지는. 그때는 어렸을 때잖아요.”

- “그럼. 지금은 컸느냐?”

 

💬 “그럼요. 내가, 열한 살이라구요. 근데, 아버지. 저기 저 산이 엄뫼지요?”

- “엄뫼지. 큰뫼라고도 하고.”

 

💬 “큰뫼라고요!” 진표는 눈을 송아지 눈처럼 부릅떴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을 때의 기쁨의 표현이다. 

 

모악산은 엄뫼라고도 불리고 큰뫼라고도 불렸다. 전하는 얘기로는 한자어로 쓸 때 엄뫼는 모악으로 바뀌었고, 큰뫼를 ‘큼’을 음역하여 ‘금金’로 하고 ‘뫼’는 의역하여 ‘산’으로 하여 금산金山이라 바뀌었다고 하였다. 엄뫼와 모악은 어머니 산이란 뜻이다. 산의 정상에 어머니가 어리니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으로 보이는 바위가 있어서 어머니 산이라는 뜻이 생겼다고 하였다.

 

💬 “전에 어머니랑 금산사에도 갔었는데, 좀 작고 초라했어요. 너무 작아요.” 진표는 어린 시절 금산사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인석아. 부처님 도량이 크고 작고가 문제인 게냐.”

 

💬 “그래도요. 금산사가 그대로 이름난 절인데, 아쉬워요.”

-“허어. 그럼 이 다음에 네가 커서 불사 시주를 많이 하려무나. 큰 절로 불사를 해달라고 해.”

 

💬 “그럴까요. 참, 금산사 스님께서도 잘 계시겠지요?”

- “누구, 숭제崇濟 스님 말이냐?”

 

💬 “예. 전에 어머니가 불공드리러 갔을 때 가서 뵜어요. 그때 뵈니까, 꼭 아버지 같으시던 걸요.”

- “뭐야. 스님이 나 같았다고? 흠. 좋은 일이지. 그럼 좋고말고. 숭제스님이, 공부를 아주 많이 하신 분이니라. 자주 가서 뵙도록 해.”

 

💬 “아버진. 나 혼자 절에를 어떻게 가요. 난 열한 살이라고요.”

- “왜, 아니냐. 열한 살이면 다 컸다고 하지 않았느냐.”

 

💬 “참. 그땐 그때고요. 그러지 말고 오늘 금산사에 가면 되겠네요.”

- “안된다.”

💬 “왜요? 아버지.”

 

- “우린 지금 사냥 중이잖느냐. 부처님은 산목숨을 죽이지 말라고 하셨느니.”

💬 “알았어요. 아버지.”

 

진표는 이미 아버지의 얘기를 뒤로 하고 쏜살같이 말을 몰았다. 뒤에서 말고삐를 당기며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번졌다. 아직 어리지만, 속내는 꽉 찼다는 든든함이 가슴에 차 올랐다.

 

- “내마奈麻(乃末, 奈末, 柰麻) 나으리. 좀 천천히 가야써것는 디요. 소인들은 도저히 못따라가겄구만이라 잉.”

 

뒤따르는 세 명의 사내들이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중늙은이 한 명과 젊은 사내 그리고 진표 또래의 아이였다. 각자 등에 화살통 하나씩을 메고 있는 그들의 손에는 활과 화살이 들려 있는 몰이꾼들이었다.

 

내마는 신라의 11등급 관직명이다. 진내마는 진표의 아버지를 이름 대신 벼슬로 지칭하는 것이었다. 진내마 부자의 뒤를 따르는 몰이꾼들은 노비였다.

 

- “알았느니.” 인근에서 인품이 좋기로 소문난 진내마였다. “표야. 게 섰거라. 다른 사람도 생각해야지.”

💬 “아버지. 저기, 사슴이에요. 저놈을 잡아야 돼요.”

 

진표는 대답 대신 사슴을 쫓았다. 제법 큰 사슴이다. 진내마도 욕심이 동했는가 보았다. 부자는 약속이나 한 듯 사슴을 쫓았다. 그러나 사슴은 이내 울창한 숲속으로 사라졌다.

 

- “표야. 그만 됐다. 쉬어 가.” 

아버지가 아쉬움을 감추고 말했다. 

 

💬 “예, 아버지. 그러잖아도, 쉬었다 갈 참이에요.”

 

진표가 말에서 훌쩍 뛰어내린 곳은 숲으로 둘러싸인 개울가였다. 잠시 후 몰이꾼들이 헐떡거리며 도착했다. 

 

━━━━⊱⋆⊰━━━━

 

2)

 

개굴. 개굴―.

 

진표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은 것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식을 즈음이었다. 처음에는 한 마리가 진표의 반응이라도 떠보겠다는 듯 개굴, 하고 울었고 뒤이어 저쪽에서 응답하는 듯 개굴, 하고 울었다. 잇따라 여기저기서 개구리가 개굴개굴, 울어댔다. 재미있다는 듯 물속을 바라만 보고 있던 진표는 입가에 씩 웃음을 지었다.

 

💬 “잡을 거야.”

그는 혼잣말처럼 말하고 물속으로 슬금슬금 들어갔다. 금방 개구리 한 마리를 잡았다.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 히죽거리며 일행을 보았다. 

 

💬 “팔용 아저씨. 이거 구워 먹으면 맛있겠어요.”

그는 중늙은이 노비 팔용을 보고 말했다. 

“….”

 

키가 작고 입술이 개구리처럼 두툼한 팔용은 진내마의 표정을 흘끔 살펴보았다. 며칠 전 노비들끼리 들에 나가서 일하다가 개구리를 잡아 구워 먹었을 때, 진표가 나타나 같이 먹었던 일이 있었다.

 

💬 “판돌아, 뭐해? 개구리를 잡아야지.”

 

팔용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진표는 노비 중에 가장 나이 어린 판돌에게 고함을 질렀다. 기다렸다는 듯 판돌이 물속으로 들어왔고, 뒤이어 중간 노비인 춘삼이도 합세하였다. 개구리는 지천이었다. 셋이서 잡았으므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개구리는 금방 마릿수가 늘어났다.

 

💬 “팔용 아저씨. 이거 가져가요. 집에 가서 구워 먹게.”

- “알았구먼요, 도련님.”

 

팔용은 진내마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뒤탈에 대한 우려를 던져버리고 곧장 개울가로 가서 가늘고 긴 버드나무 가지를 툭툭 꺾어왔다. 그는 이로 물어뜯어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꿰미를 만들었다. 개구리는 다섯 꿰미나 되었다. 줄잡아서 5, 60마리는 될 터였다. 개구리 꿰미를 받아서 든 진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흔들어 보였다. 제법 묵직하다.

 

- “저기, 사슴이구만이라 잉.”

춘삼이가 소리쳤다.

- “맞네. 내마 나리. 사슴이구만요.”

팔용이 진내마를 보고 굽신거렸다.

 

- “잡아라.”

진내마가 외쳤다. 일행은 후다닥 물속에서 뛰어나와 사슴을 쫓았다. 뒤에서 일행을 바라보던 진표는,

💬 “이건 어쩌라고!”

혼잣말로 말하고, 개구리 꿰미를 물속에 담갔다. 구운 개구리 뒷다리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 “사냥이 끝나면 가져가야지.”

 

그는 혼잣말로 말하면서 개구리 꿰미를 물속에 담그고 끝을 돌로 눌러 둔 뒤에 일어섰다. 그리고 말 위에 올라 사슴을 쫓았다. 그러나 숲속에서 말을 타고 사슴을 쫓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슴은 마치 진내마 일행을 놀려 주기라도 하는 듯 거리가 좀 멀어졌다 싶으면 멈췄다가, 사냥꾼들이 가까이 다가오면 훌쩍훌쩍 숲속으로 줄행랑을 쳤다.

 

해는 이미 서산에 기울고 이내 어스름이 밀려왔다. 진내마 일행은 그날 사냥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슴을 쫓으면서 왔던 길이 아니라 산 북쪽으로 해서 집으로 돌아왔으므로 진표는 개울 물속에 담가둔 개구리 꿰미를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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