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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문화와 아버지 문화로 보는 교육과 정치, 성선설vs성악설 그리고 음양

 

본부 김덕기

 

들어가는 말

우주 만물은 음陰과 양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이룩한 문명은 여성 문화와 남성 문화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과 양이 상생하거나 상극하기도 하는 것처럼, 이들 문화는 서로 보완하거나 대립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인류 문화를 음양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교육

 

최근 한류가 전 세계에 유행하면서 대한민국을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많은 유튜버들이 우리나라에 여행을 와서 직접 문화를 체험하고 영상을 찍어서 알리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일은 ‘밤에도 여자와 아이들이 밖에 돌아다니고, 물건을 놓아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양심 있는 국민이 사는 범죄 없는 나라’로 칭송받던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리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는 ‘묻지 마 폭행’이 일어나고 있고, 공원에서는 ‘묻지 마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단에서는 ‘묻지 마 폭언’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자는 스승을 본받고 존경하며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교단에서는 제자와 그 부모가 스승에게 폭언⋅폭행하고, 급기야 스승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왜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받던 나라에서 사제師弟의 예와 도리가 무너진 것일까요?

 

 

 

물론 그 이유는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동안 학교 교육은 인성人性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의 본래 목적을 잃어버리고,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한 산업 역군을 양성하는 데 치중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의 도리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보다, 학과 과목을 잘 가르치고 성적을 많이 올려 주는 선생님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원 강사에게는 머리를 조아리지만, 학교 선생님은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혹자는 2010년에 공포된 ‘학생인권조례’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조례條例를 제정한 취지는 좋지만,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침해되었다는 것입니다.*1)

*1)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학교 교육 과정에서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각 교육청에서 제정한 조례로, 대체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교육 복지에 관한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의 붕괴는 사회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에서 삶의 의미와 방식을 배우지 못하고 경쟁으로 내몰린 학생들은 어쩌다 어른이 되어 경쟁하는 사회에 진출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경쟁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고 더욱 굳건한 경쟁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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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본성에 따른 교육 방식

 

교육敎育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과 수단’을 의미합니다. 교육의 목적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졌지만, 대체로 ‘인간을 인간답게, 사회와 국가에 바람직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목적은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제2조(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은 크게 자력自力과 타력他力의 두 가지 방식이 서로 작용하여 행해지고 있습니다.

 

✔전자는 인간이 내면적으로 지니고 있는 천성, 곧 타고난 소질과 성품이 드러나고 개발되도록 하여 자기 발전을 도모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후자는 선생님이 계획된 목표와 방향에 따라 학생들을 이끄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교敎는 ‘방향을 제시하고 그곳으로 이끈다.’는 뜻이 있고, 육育은 ‘올바르게 자라난다, 육성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2)

*2)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교육’ 참고

 

그런데 교육의 형태가 자력과 타력으로 달라지는 요인은 사람이 본래 지니고 있는 천성天性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인간의 본성을 대하는 방식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사람의 본성은 선善하다.’는 ‘성선설性善說’입니다. 성선설은 맹자孟子가 주장한 학설로, 인간에게는 천성적인 양지양능良知良能이 갖추어져 있고, 이것에 의해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단四端을 가지게 되며, 또 이 사단을 확충할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선한 본성에 악이 생기는 것은 인간이 외물外物에 유혹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둘째는 ‘사람의 본성은 악惡하고, 선善은 인위적인 것이다.’라고 한 ‘성악설性惡說’입니다. 순자荀子가 주장한 학설로,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인 욕망이며, 후천적 노력을 통해 예禮(이상적인 규율, 나라의 제도나 법률)를 따르도록 힘써 선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3)

*3) 「철학사전」 ‘성선설과 성악설’ 참고

 

이에 따르면 ✔성선설에 따른 교육은 ‘학생의 선한 본성을 일깨워 주어 최대한 발현될 수 있게 해 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학생을 사랑으로 대해 주고 타고난 재능을 최대한 살려 주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현 교육의 방식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성악설에 따른 교육은 ‘질서와 규율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최대한 억제하고 선을 행하도록 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학생을 사랑의 매로 다스리고 제도와 규율에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이 여기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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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교육과 어머니의 교육

 

교육은 본래 어버이와 자식 사이, 교사와 제자 사이, 선배와 후배 사이 등 일반적으로 경험이 풍부한 사람과 미경험자 사이, 혹은 성숙자와 미성숙자 사이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어떤 성향을 띠는가에 따라 자식을 교육하는 방식도 다를 것입니다.

 

남자인 아버지는 양에 배속하고, 여자인 어머니는 음에 배속합니다. 양의 성질은 밝은 낮과 같아서 이성적이고 강한 힘이 느껴집니다. 반대로 음의 성질은 어두운 밤과 같아서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힘이 느껴집니다.

 

따라서 아버지는 규칙을 정하고 힘을 사용하여 이성적으로 교육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반해 어머니는 사랑으로 감싸면서 감성적으로 교육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성악설에 따른 교육은 아버지가 행하는 양의 방식에 속하고, 성선설에 따른 교육은 어머니가 행하는 음의 방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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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동양과 서양은 교육의 목적을 개인의 인성 발현보다 집단 전체의 권위와 이익⋅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두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스파르타는 국방에 초점을 두고 국가의 이상적인 병사를 양성하는 데 주력했으며, 로마는 제정 시대에 부합해 정치 생활에 유능한 인간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나 조선 시대에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한 교육을 하였습니다. 이는 아버지가 성악설에 근거하여 양의 교육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8세기에 일어난 계몽운동啓蒙運動과 프랑스대혁명을 비롯한 시민혁명市民革命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자유⋅평등⋅박애의 이념을 제시했습니다. 이때부터 개인주의⋅자유주의⋅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 목적이 수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어머니가 성선설에 근거하여 음의 교육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근엄하고 권위적인 교육 방식은 학생보다 선생님과 교육 제도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제 시대에 선생님이 교단에서 칼을 차고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가르친 것은 이 방식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해방 후에도 일제 시대의 잔재로 남아 우리나라 교육을 멍들게 하였습니다.

 

이와 반대로 어머니의 자애롭고 자유로운 교육 방식은 선생님보다 학생의 권위와 자율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 학생을 사랑으로만 가르치다 보니 학생이 선생님께 폭언하고 폭행하는 것은 이 방식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자를 귀여워하면 할아버지 수염을 뽑는다.’,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이들 버릇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당장 좋게만 해 주는 것이 오히려 해롭다.’는 뜻으로, 둘 다 아버지 문화에 해당하는 속담입니다.

 

하지만 학생을 권위와 규율로만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듯이, 사랑과 자율로만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아버지의 근엄함과 어머니의 자애로움이 적절히 행해질 때 교육도 바로 서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왜 정치는 보수와 진보로 나뉠까?

 

💠엄격한 아버지 vs 자애로운 어머니

 

 

맹장수술
한국 221만 원 미국 1500만 원
제왕절개 한국 191만 원 미국 1996만 원

 

201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의료비를 비교한 자료입니다. 선진국이라는 미국보다 우리나라의 의료비가 저렴한 이유는 건강보험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도 다양한 민간 의료보험이 있지만, 보편적인 의료보험 제도가 없어서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포나 일부 미국인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에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보험 개혁안이,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오바마케어Obamacare입니다. 오바마케어는 2010년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가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재정 부담을 폭증시킨다는 이유로 공화당이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민주당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러다가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지면서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국가라면 당연히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견을 달리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인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그 이유를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인식의 틀인 프레임frame에서 찾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살아온 환경, 배운 지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프레임을 통해 목적, 계획, 행동 방식, 행동의 가치 등을 정하기 때문에 같은 사안을 바라보더라도 그에 대한 해석과 해결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책에서 ‘엄격한 아버지’ 모델과 ‘자상한 부모’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가정에서 남성 역할과 여성 역할이 매우 다르다고 여기며, 중심적인 인물을 아버지로 보고 있습니다. 엄격한 아버지는 가족의 도덕적 권위자이며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그에 반해 어머니는 자식을 사랑하지만, 가족을 보호하거나 부양하지는 못하며, 자녀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벌을 줄 수 있을 만큼 엄격하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세상이 위험하고 살기 힘든 곳이며, 아이들은 원래 나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선하게 다듬어져야 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래서 엄격한 아버지는 가족을 지원하고 방어하는 도덕적 권위자로서 어머니에게 무슨 일을 할지 지시합니다. 그리고 강한 규율과 고통스러운 체벌을 통해서만 자녀들을 그릇된 길로 가지 않도록 지도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후자는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 둘 다 동등한 책임을 집니다. 모든 어린이는 본성이 선하며 더욱 선해질 수 있다고 여겨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자녀를 자상하게 보살피고 그 자녀들이 다시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키우는 데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자녀는 고통스러운 신체적 처벌을 통해 훈육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공감하는 관계를 맺음으로써 이루어진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부모가 먼저 책임 있는 모범을 보이고 자녀와 대화를 하면서 책임 있는 행동을 장려합니다. 그러나 자녀가 협력을 거부할 때는 협력할 때 주어지던 특권을 박탈함으로써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이해시킵니다.

 

이상을 통해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부모’ 모델은, 앞서 살펴봤던 ‘아버지 문화’와 ‘어머니 문화’에 대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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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아빠당, 민주당은 엄마당

 

엄격한 아버지의 역할을 국가에 투사하면 ‘보수주의保守主義(Conservatism) 정치’를 대면하게 됩니다. 이들에게 세상은 선과 악으로 나뉘어 있으므로 악에 대항해 선을 유지하려면 자제와 극기를 통해 도덕적으로 강해져야만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가를 보호하고 형벌을 통해 질서를 수호하며 정의를 실현하고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그리고 사회복지가 사람들을 공공의 도움에만 의지하는 나약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고 여깁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악한 것이며 제거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이에 반해 자애로운 부모의 역할을 국가에 투사하면 ‘진보주의進步主義(Progressivism) 정치’를 대면하게 됩니다. 이들에게 세상은 공정하며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사회적 지위나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서 공정한 경쟁을 제한받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가 된 것이므로, 이들을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범죄나 마약, 담배 등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처럼, 진보주의 정치는 환경 보호, 노동자 보호, 소비자 보호, 질병으로부터의 보호에 중점을 둡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엄격한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보수주의는 양陽의 정치 형태라고 할 수 있고, 자애로운 부모(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진보주의는 음陰의 정치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현실 정치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라는 두 가지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보수주의 평론가들은 공화당共和黨(Republican Party)을 ‘아빠당’, 민주당民主黨(Democratic Party)을 ‘엄마당’이라고 부릅니다. 공화당은 엄격한 아버지인 보수주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은 자애로운 부모인 진보주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엄격한 아버지 정치와 자애로운 어머니 정치라는 프레임에서 보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지향하고 펼치는 정치의 색깔이 다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우리나라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대응됩니다. 그러므로 양의 정치와 음의 정치라는 두 개의 프레임은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 vs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

 

그런데 이를 확대하면, 자본주의資本主義(Capitalism)는 엄격한 아버지의 모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보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공산주의共産主義(Communism)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공정한 곳으로 보고 경쟁이 없는 공평한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4)

*4) 경쟁이 없고 모두가 평등한 이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자본가와 노동자의 투쟁을 외친 것은 공산주의의 모순이자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음과 양은 함께 공존하면서 상호 조화調和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선천 인류 역사는 음양의 상극相克이 일어나는 투쟁의 장으로 변한 지 오래입니다. 역사적으로 아버지 문화는 어머니 문화를 억누르고 말살하려고 했습니다. 이를 억음존양抑陰尊陽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뉘어 싸우던 지구촌은 이제 자본주의와 권위주의權威主義(Authoritarianism)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습니다. 국민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결사 투쟁을 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버지 문화와 어머니 문화가 서로를 인정하며 조화를 이룰 때 인류 화평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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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파와 주화파

 

병자호란丙子胡亂이 일어난 1636년, 청淸의 대군이 공격해 오자 인조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겨울의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앞에서 청군에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습니다. 강화도까지 무너지자 이조판서 최명길崔鳴吉(1586~1647)은 청군에게 항복하는 치욕을 겪더라도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예조판서 김상헌金尙憲(1570~1652)은 모두가 죽더라도 청의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명분을 지켜야 한다고 주창했습니다. 서로 가고자 하는 길은 달랐지만 조선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한결같았습니다.

 

결국 병자호란은 조선의 임금 인조가 항복하고 삼전도에서 청의 칸에게 신하의 예를 표하기 위해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굴욕을 당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짧은 전쟁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쟁 포로로 수십만의 백성이 청나라로 끌려가 조선의 피해가 유례없이 막심했습니다.

 

영화 <남한산성> 2018년

 

역사에서는 최명길을 주화파主和派라고 하고, 김상헌을 주전파主戰派(척화파斥和派)라고 합니다. 주화파는 우리가 아직 힘이 없으니 청의 요구를 일단 들어주고 장기적으로 힘을 기르자는 세력입니다. 주전파는 청의 요구는 죽어도 들어줄 수 없으니 전쟁을 하자는 세력입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비둘기파와 매파로 부르고 있습니다.

 

비둘기파(Doves)는 정책을 추진하는 면에서 성향이 부드러운 온건파穩健派(평화주의자)를 일컫고, 매파(Hawks)는 급진적이고 강력한 강경파強硬派(강경론자)를 부르는 용어입니다. 매는 공격적인 맹금류로 양에 배속할 수 있고,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음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전파인 매파는 양의 성격을 띠고, 주화파인 비둘기파는 음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주전파가 명분名分을 택한 것에서 아버지 문화에 속하고, 주화파가 백성을 생각하며 실리實利를 택한 것에서 어머니 문화에 속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최명길은 병자호란을 수습하고 조선을 끝까지 지켜 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상과 실천은 주류 지배층인 서인西人의 입장과 달랐기에 당시는 물론 훗날에도 매국노로 매도당하며 조선 왕조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에 비해 김상헌은 서인 노론의 집권 이후 충절과 절개의 화신으로 남아 조선 말기까지 존경받았습니다. 그리고 병자호란 이후 조선 조정은 그의 자손들이 주도했습니다. 세도정치勢道政治를 주도한 김조순과 김좌근 등이 모두 김상헌의 후손입니다. 나라가 망하더라도 명분을 지키고자 했던 김상헌의 후손들에 의해 조선이 멸망의 길로 접어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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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북두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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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싸고 유럽여행 떠난 도깨비 >

 

글 오동석 

 

소원을 말해봐

 

사찰에서는 용의 얼굴처럼 한 도깨비 문양을 많이 만나는데 특히 대웅전 또는 대웅보전 안밖에서 많이 보입니다. 특히 오래된 사찰에 가면 부처님을 모신 수미단이 도깨비 형상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세종 대왕 때 편찬한 붓다에 대한 일대기와 설법을 담은 책 <석보상절>에 나옵니다.

 

‘도깨비에게 청하여 복을 빌어 목숨을 길게 하고자 하다가 마침내 얻지 못하니 어리석어 정신이 없어 요사스러운 것을 믿음으로 곧 횡사하여 지옥에 들어가 나올 수 없으니 이를 첫 횡사라고 한다.’

 

이미 도깨비는 일반에게 널리 알려졌던 내용임을 알게 하는데 도깨비에게 복을 빌어 목숨을 길게 한다는 의미를 다른 말로 한다면 대웅전에서 도깨비인 망량신에게 개고기를 올려서 제를 지내 지내면서 해탈을 얻게 해 달라고 빌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도가에서 도통을 해서 장생술을 터득하고 오래 산다는 의미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당나라 때는 연단술에 심취했던 고관대작들이 많았는데 불로장생을 위한 도가의 연단에 사용하기 위해서 도깨비 모양을 하고 있는 청동화로나 쇠화로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우리의 고려시대 도깨비 화로와 거의 흡사합니다.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로는 제주도와 전라도 지방에서 만나게 됩니다. 특히 어업을 많이 하는 장소에서는 도깨비 신에게 제물을 올려서 풍어를 기원했고 지금도 그런 제사를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를 ‘절오백, 당오백’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사찰과 신당이 많은 곳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제주도는 마을마다 서너 개의 당이 남아 있으며 그 중에는 도깨비를 높여 부르는 영감신위를 모신 당이 반드시 있을 정도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도깨비의 가장 강력한 상징은 전쟁의 신, 벽사의 상징, 소원을 들어주는 신, 도통을 내려주는 신 등으로도 여겨 왔음을 알게 합니다. 

 

다음 이야기 -도통을 내려주는 신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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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북두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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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벤크족의 곰 신앙과 최고신의 기원

 

상생문화연구소 류한나 연구원

 

(Культ медведя у эвенков и проблема генезиса представлений о верховных духах) 이 글은 아르카디 아니시모브(Аркадий Анисимов)의 저서 『에벤크족 종교와 원시신앙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 문제에 대하여(Религия эвенков в историко-генетическом изучении и проблемы происхождения первобытных верований)』(1958)의 제4장이다. 

 

에벤크족 문화권에서는 곰을 사냥한 후에 곰을 대상으로 씨족의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해야 할 종교적 특성을 지닌 방대한 의식을 치르는 풍속이 있다. 이 의식은 자연의 다양한 영역을 다스리는 여러 명의 최고신 숭배 사상의 기원 문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함으로 종교사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죽은 곰에 관한 의례의식은 대규모의 축제와 유사하기 때문에 <곰 축제>라는 이름으로 일컫게 되었다. 의식절차는 다음과 같다.

 

곰굴을 발견한 사냥꾼은 굴의 위치를 다음날 찾을 수 있도록 부락으로 가는 길을 표시한다. 부락에 가까이 이르면 사냥꾼은 의례 행위를 수행하기 시작한다. 즉, 팔을 마치 날개처럼 펼치고 목을 앞으로 내밀고 까마귀를 모방하여 까악 까악 운다. 숲을 뒤흔들 정도로 내는 그 큰 소리를 듣고 천막에서 다른 사냥꾼들이 나와 동일한 소리로 응답을 하며 까마귀인 동료를 반긴다. 곰굴을 발견한 사냥꾼은 팔을 양쪽으로 뻗어 까마귀 소리를 흉내 내면서 여러 천막을 뛰어다닌다. 이 의례 행위는 한 까마귀가 숲에서 찾은 먹이를 나누어 먹기 위해 다른 까마귀 형제를 부르는 광경을 표현하는 것이다.

 

행위가 끝난 후에 곰굴을 발견한 사냥꾼의 천막에 모든 사냥꾼들이 모여 앞으로의 사냥 계획과 각자의 역할에 대해서 논의한다. 이튿날 해가 뜰 무렵에 사냥꾼들이 곰굴을 향해 떠난다. 그때는 많은 금기가 정해진다. 의례의식에 따르면 사냥꾼들은 문턱을 밟는 것과 뒤를 돌아보는 것이 금기이고 부락에서 남은 사람들은 머리 빗는 것, 손을 씻는 것, 날카로운 물건에 접근하는 것 등에 대한 금기를 지켜야 한다.   

 

굴에서 지내는 곰을 총으로 쏘아 죽인 다음 곰의 몸통을 굴에서 끌어내기 위해서 한 사냥꾼이 굴속으로 들어간다. 그때 곰에게 풍부한 사냥감을 얻고 사냥이 순조롭게 되게 해달라고 빈다. 사냥꾼들은 곰의 성별에 따라 수곰을 아마까 (할아버지), 암곰은 에네께(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조심해서 나오세요" 라는 말을 한다. 

 

곰을 밖으로 꺼낸 후 사냥꾼들은 까마귀가 날카로운 소리로 까악 까악 외치며 날아다니는 것처럼 팔을 들어 올리고 죽은 곰 주변을 뛰어다닌다. 이 행위는 사냥의 성공에 대한 기쁨의 표현방식이다. 그 이후에 사냥꾼들은 늑대, 여우 등의 동물 흉내를 내면서 마치 사람이 아니라 숲속 짐승들이 곰 고기를 먹으러 오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이러한 행위는 곰의 영혼에게 보복이나 원한을 사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곰의 영혼이 그 곳에 모인 다양한 동물들을 보면서 자신이 사람에게 사냥당한 것을 모르길 바라는 사냥꾼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행위가 끝나면 곰의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꺼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곰의 영혼이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빨 사이에 나무 막대기를 껴서 영혼이 그 사이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한다. 가죽을 벗기는 작업을 행할 때 사냥꾼들이 이구동성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가죽을 벗길 때가 되었어, 개미가 몰려왔다"고 말한다. 에벤크인들은 이 말을 들은 곰의 영혼이 사람이 아니라 개미가 몸통을 기어 다니면서 고기를 먹고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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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풍속에 따르면, 죽은 곰은 반드시 다른 씨족 사람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다른 씨족이라는 말은 사냥꾼 아내의 친족을 가리킨다. 선물로 곰을 받는 사람은 곰의 가죽은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고기는 곰을 잡은 씨족과 함께 먹어야 한다.  

 

곰 몸통의 처리작업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의례적 놀이가 실행된다. 그때 한 사냥꾼이 곰을 대신하여 다른 사냥꾼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곰의 숲속 삶에 대해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진다. 

 

곰의 장기를 꺼내고 심장은 조각을 내서 생식을 한다. 몸통을 조각내고 뼈는 부서지지 않도록 관절별로 분리시킨다. 마지막으로는 죽은 동료에 대한 의례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작별 인사 의례가 곰을 대상으로 거행된다. 이를 위해서 사냥꾼들은 곰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단을 마련하여 그 위에 곰의 내장을 올려놓은 후 내장을 향해 작은 활로 화살을 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활을 계속 쏘면서 뒷걸음질하는 것이다.

 

의례를 마무리하고 곰 고기를 싣고 부락으로 돌아간다. 부락 한가운데 모닥불을 피워 곰 고기를 삶는다. 고기가 익는 동안 춤과 놀이 그리고 경기가 진행된다. 남성과 여성은 손을 잡아 원을 만들고 환무環舞를 춘다.

 

나이가 가장 많은 사냥꾼이 주관자 역할을 맡아 몸을 양쪽으로 갸웃대면서 짤막한 두 줄짜리 즉흥곡을 부른다. 나머지 사람들은 노래 박자에 맞추어 몸을 갸웃대며 즉흥곡을 따라 부른다. 다음은 무릎을 구부렸다가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면서 해가 뜨는 방향으로 환무를 추면서 이동한다. 환무가 한 바퀴를 돌때마다 사람들이 활발해지면서 이동의 속도가 빨라지고 노래 소리가 화합하면서 커진다. 

 

노래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춤이 빨라지면 노래가 주관자의 외치는 소리로 전환된다. 춤의 빠른 박자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땅에 넘어지면 그의 손을 놓고 옆 사람과 손을 잡아 다시 원을 이어서 이동한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지면 젊은 사람들이 대체하서 춤을 춘다.

 

처족 대표자는 고기 삶는 것을 담당한다. 까마귀 소리를 내어 고기가 익었음을 알린다. 사람들은 팔을 날개처럼 흔들면서 고기 먹으러 날아온다. 이때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숯가루로 까맣게 칠한다. 식사가 완료되면 놀이가 다시 시작된다. 한 짝이 서로 마주보면서 손을 등 뒤로 돌리고 상대방을 다리로 친다. 오른쪽 다리로 상대방의 왼쪽 다리, 왼쪽 다리로 상대방의 오른쪽 다리를 번갈아 치면서 동시에 점점 빠르게 회전한다. 여러 짝이 동시에 놀이를 하고 가장 오래 버틴 자가 승리자로 간주된다.

 

춤이 끝나면 활쏘기가 펼쳐진다. 이때는 과녁뿐만 아니라 동료도 겨냥했다. 서로 간에 활을 쏘면서 솟구쳐 올라 화살을 피하는 실력을 뽐냈다. 또 장대높이뛰기 경기와 두 사람이 양쪽 끝에 줄을 잡아 회전하여 한 사람이 줄을 넘어서 뛰는 경기, 일종의 줄넘기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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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에는 곰 머리에서 눈을 파내는 의식으로 축제가 시작된다. 나이가 가장 많은 사냥꾼이 칼로 눈을 파내어 자작나무껍질에 싼다. 숲속에 있는 삼나무의 몸통 두 군데를 도끼로 찍어 틈을 만들고 그 속에 곰의 눈을 넣어 안치한다. 의식이 끝나면 모두 부락으로 돌아와 춤과 놀이 그리고 음식을 즐긴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셋째 날은 곰 머리 장례의식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머리를 삶은 후 고기를 발라 먹고 두개골을 고정시켜 씨름 준비를 한다. 어린 남자 아이한테 두개골을 주어서 아이가 곰과 싸우는 연기를 펼친다. 결국, 두개골이 땅에 떨어지면 떨어진 두개골 위에 무릎을 올려놓고 승리를 표현한다.

 

그 후에 장례가 이루어진다. 훗날에 부활할 곰은 모든 신체 부위를 소유해야 하므로 두개골뿐만 아니라 곰의 뼈와 몸통의 각 부위의 조각을 함께 모아 장례를 치른다. 단을 만들어서 그 위에 곰의 뼈를 곰의 형태에 맞추어 놓고 장례 의식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다른 에벤크인 부족들은 곰의 뼈를 다 맞추는 대신 높은 삼나무의 그루터기에 두개골만 안치한다. (그림1, 2)

 

 

(그림 1) 두개골 안치  /  (그림 2) 뼈대 안치단

 

곰 축제에 내재되어 있는 곰 숭배 관념은 에벤크족만의 독특한 문화가 아니라 남쪽 퉁구스-만주계 그룹에 속한 민족들에게 널리 퍼진 문화이다.

 

곰 의례의 성격과 기원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는 토템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특히 곰을 사람의 조상으로 모시는 의식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에벤크족 민간전승에서 곰은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땅에서 생긴 가장 최초의 존재, 인간의 조상, 죄를 범해 짐승으로 변한 인간 그리고 샤먼의 보호신인 곰 정령으로 묘사된 ‘만기’가 그 것이다.

 

에벤크인 가치관에서 ‘만기’라는 반인반수는 하계下界의 주인이자 조상신이면서 또 그 모든 조상신들의 주인이다. 이 개념은 의미론적으로도 확인된다. ‘만기’라는 단어는 ‘곰’과 ‘조상신’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에벤크족 샤먼 설화에서는 샤먼 분신의 역할은 곰이자 조상신인 만기가 수행한다. 이는 토템신과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인격화된 4마리의 모습은 샤먼의 깔개 모서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이 깔개의 이름은 ‘데투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에벤크족 세계관에서 신비로운 강의 수원지는 동일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이 수원지를 둘러싸고 있는 동토의 땅은 수많은 에벤크인들과 동물들이 자신의 부활을 기다리면서 살고 있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3) 데투르 깔개와 사람 모습을 한 곰

 

곰을 어떤 한 무리의 조상으로 여기는 설화는 아시아 북부 지방과 시베리아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에벤족 설화에서 곰이 어머니의 남동생으로, 타즈족 기원에서는 여성과 곰의 혼인관계로, 오로치인들에게는 곰이 성스러운 존재일 뿐만 아니라 전 민족의 시조로 간주된다. 유사한 의미를 지닌 관념은 수많은 시베리아 소수민족 문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어떤 한 무리의 동물 토템, 조상 토템으로 곰을 받아들이는 가치관은 시베리아 민족이 곰을 일컫는 명칭에서 드러난다. 대부분의 시베리아 민족은 곰을 할아버지, 친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흰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곰 축제에서 거행되는 의식은 토테미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씨족공동체의 고기섭취는 토템의 몸통 섭취 의식과 유사한 성격이고 곰의 뼈에 관한 장례의식은 마치 사람의 유골에 관한 장례의식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에벤크족의 곰 축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비슷한 관념과 의식은 대부분의 시베리아 민족 문화에 공통된다.

 

이러한 의식은 토템 숭배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신으로 받드는 곰을 죽인 것에 대한 죄의식이 발생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죄로 인해 곰으로부터 벌을 받는 것이 두렵기에 자신의 죄를 감추고자 속임수를 쓰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곰과 곰의 신체 부위의 명칭이나 곰을 잡고 가죽을 벗기고 몸을 분해하는 행위에 관한 언어적 금기는 위와 같은 이유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 비추어볼 때 곰 축제에는 또 다른 측면, 즉 씨족공동체가 강조되고 있음이 명백해진다. 곰은 일반 짐승이 아니라 조상동물로 간주되고 이에 관한 의식이 씨족공동체가 조상을 받드는 행위라면 곰 축제 자체는 씨족공동체의 종교적 의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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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씨족이 진행하는 곰 축제에서 다른 씨족인 처족이 참여하고 이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까?

이에 관한 단서는 사촌혼인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퉁구스-만주계 민족은 일반적으로 사촌끼리 결혼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하여 처족이 엄마와 같은 씨족이 되고 있다. 이 사실은 의례의 토템적 기초가 모계사회 시대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로 인하여 곰 축제내용은 부계 중심적이고 참가자와 그의 역할은 모계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벤크족 가치관에서 곰은 어머니의 남동생으로 여겨진다. 이 관계는 의례 절차에서 드러난다. 모계 중심 사회에서 혈연관계는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태어난 아이들은 어머니 씨족 공동체에서 자라면서 외삼촌들로부터 양육을 받았다. 아이 아버지는 남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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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숭배에 관하여 분명하게 드러난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성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편으로 볼 때는, 곰 의례는 토테미즘 사상에 기초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목적은 반토테미즘적이다. 즉 새로운 사회구조로 인해 생활 속에서 금기를 어기는 것을 승낙하고 곰 사냥을 정당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대 토템 신앙이 부계 곰 숭배로 전환된 것은 모계 사회 질서의 붕괴로 인한 결과로 추정된다.

 

에벤크족을 비롯한 시베리아 대부분의 소수민족들이 곰의 존재를 신으로 모시는 동시에 사냥을 하는 이 모순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도는 소를 신성시하기에 절대 죽이거나 먹지 않지만 예벤크족과 기타 소수 민족들은 곰을 신성시하는 동시에 죽이기도 한다.

 

한편으로 곰은 성스럽고 신비로운 존재로 복잡한 대규모 숭배예식으로 모시는 대상이다. 곰은 외삼촌이나 할아버지로 간주되며 수많은 부족과 민족의 조상이자 시조이다. 곰을 신으로 모시며 숲의 주인으로 간주하여 그의 의지에 따라 사냥의 성패가 결정되고 부족의 풍요가 좌우된다고 믿었다. 또, 곰의 모든 뼈를 모아 사람의 유골처럼 모시며 장례용 단에 (그림 2) 올려 장사지냈다.

 

성물로 여겨 뼈를 부러뜨리거나 개에게 물어뜯기지 않도록 엄격히 지키고 땅이나 불에 던지지 않았다. 곰의 피는 한 방울이라도 땅에 떨어져 밟히거나 더럽히면 안 되는 것이고 곰의 일부 신체 부위는 상상 속에서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신성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즉, 병으로부터 지키는 부위도 있고 산모의 고통을 완화하는 부위도 있고 행운을 주는 부위 그리고 악신을 쫓아내는 부위도 있다.

 

곰의 형상물은 샤먼의 만신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다양한 형태의 곰의 형상물은 한 가족이나 씨족의 성물이 된 것뿐만 아니라 샤먼 의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죽은 곰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의례의식에서는 곰을 토템 동물로 대한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의례와 전승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곰을 숭배함과 동시에 곰의 성스러움을 제거하는 행위를 통해서 곰은 신적인 존재에서 다른 짐승들과 마찬가지인 비참한 존재로 전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중적인 가치관은 곰에 해당된 것뿐만 아니라 곰의 토템 분신인 까마귀에도 해당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리야크족 문화권에서는 까마귀를 최초 인간의 조상으로 간주하는 것과 동시에 부정적인 성질을 가진 존재로 간주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오헬리선, 「유카기르어와 유카기르 설화의 연구자료, 1900, 124쪽)

 

신성한 토템의 존재를 사냥하는 이런 이중적인 태도로부터 고대 토템 신앙이 붕괴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토템을 다른 동물들과 같이 어리숙하고 미련한 존재로 취급하는 모습을 또한 볼 수 있다. 결국 고대 토템 신앙의 붕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토템을 대하는 이중적인 특성의 원인은 사회구조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즉, 모계사회 조직이 부계사회 조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에스키모족 민속을 연구한 보고라즈-탄에 따르면 여신은 공기의 여신, 폭풍의 여신, 바다짐승의 여신 등 많은 전설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 속의 여신들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으로 여신들은 짐승의 주인이자 수렵채집 활동의 통치자로 형상화되어 여신들의 뜻에 따라 인간의 생계와 생명이 결정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신들이 의도적으로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모순은 특히 최고의 바다 여신 세드나의 모습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세드나 동상

 

모계중심 사회에서 씨족의 명칭은 동물 이름을 갖는다. 각 구성원이 동물의 후손으로 여겨졌다. 이로 인하여 토템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모계중심 씨족 조직에서는 성스러운 동물의 모순적인 특성이나 여성과 동물 간의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에 세드나 설화에서는 여신이 동물과 관계를 맺었다는 행위가 가부장적 관점에서 강력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 금기로 여겨진다. 또, 여신이 동물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가족에서 쫓겨나는 것, 자신의 부모를 죽인 후 암컷 바다코끼리로 변한 것 그리고 바다짐승의 주인이 된 것은 부정적인 측면으로 묘사된 것이다.

 

에스키모족의 여신 전설이 모계중심 사회에서 부계중심 사회로 전환하는 것을 드러내었다고 보는 보고라즈-탄의 추정은 타당한 것이다. (「북미대륙 에스키모족의 사회 구조」, 1936, 251쪽)

 

여신 전설의 대부분은 모계사회 시대에 탄생되었지만 부계사회 구조로 변화하면서 본 전설의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다는 것이다.

 

곰 의례에 진행되는 행위는 짐승 숭배 문화의 토테미즘적인 기원의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식은 죽은 곰의 영혼을 속이거나 즐겁게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모방 행위로 이루어진 몸동작은 토템을 숭배하는 씨족의 의례적 춤이다. 한티족과 만시족의 민속을 연구한 하루진은 곰 축제에 행하는 동물의 몸동작을 의례적인 토템 춤이라고 했다.

(하루진, 「한트족과 만시족 곰 숭배의 토템적 기반과 곰 맹세에 대하여」, 1898, 『민속학의 흐름』, № 3, 22~28쪽).

 

이로 인하여 설화와 의례의식의 주인공인 신성한 곰의 모습은 다양한 씨족의 토템들이 합쳐져서 인격화된 최고신의 아들인 유일한 부족 신의 모습으로 발전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일 과정은 특히 만시족 민속자료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만시족 전설에 따르면 곰은 신묘한 존재이다. 곰을 ‘하느님’이라는 의미로 ‘토르브’ 또는 ‘토라’라고 일컬은 것은 이를 증명해준다. 원래 하늘에서 살았던 곰은 궁금증이 심해서 토름 신으로부터 아래로 떨어뜨려졌다고 한다.

(바블러브스키, 『만시족』, 1906, 26쪽).

 

곰 축제는 상고원시시대, 모계사회 시대에 씨족 토템 숭배로 발생하여 부계사회 시대로 이동하면서 점차 씨족 의례에서 씨족 간의 의례로 그리고 부족 의례 모습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곰-토템 관념은 씨족과 부족의 최고신으로 전환되면서 곰 숭배는 모계사회에서 가부장적 사회, 또 나아가 씨족사회와 부족사회의 숭배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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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북두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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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개벽으로 Review 하기 | JTBC 신년 대기획 〈세 개의 전쟁〉

 
[칼럼]
한재욱 / 본부도장

“천지개벽 시대에 어찌 전쟁이 없으리오. 앞으로 천지전쟁이 있느니라. ······ 뒷날 대전쟁이 일어나면 각기 재주를 자랑하여 재주가 일등 되는 나라가 상등국이 되어 전쟁은 장차 끝을 막으리라.” (증산도 도전道典 5:202:3,11)


들어가며


지난 2023년 1월 방송된 JTBC 신년 대기획 〈세 개의 전쟁〉이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세 개의 전쟁〉은 JTBC가 지난 한 해 동안 준비한 글로벌 프로젝트 3부작으로, 21세기 들어서 인류를 괴롭혀 온 세 개의 전쟁을 심도 있게 그려 낸 글로벌 르포 다큐멘터리다.

손석희 전前 앵커가 순회 특파원으로 현장에 복귀해 시청자들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패권 전쟁, 그리고 기후 위기와의 전쟁이라는 세 가지의 화두를 던지며 그 가운데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부는 러시아 대對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전 세계의 겨울 전쟁을 다뤘다. 이른바 문명 전쟁이다.

2부는 COVID-19로 인해 ‘핀볼Pinball’같이 증폭된 패권 전쟁이다. 이것은 질병으로 인한 인간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로 질병 전쟁이다.

3부는 가장 북쪽의 땅, 스발바르Svalbard가 예고하는 기후 전쟁으로 지구온난화와 멸종의 위기를 얘기하는 기후 전쟁이다.


우주에 가을이 오고 있다. 후천 가을개벽은 자연과 문명과 인간 차원의 ‘세 벌 개벽’을 통해 우리의 현실 삶 속에서 완성된다. 천지의 자연 질서가 3양 2음의 억음존양에서 3음 3양의 정음정양으로 바뀌는 ‘자연개벽自然開闢’과, 인류 문명의 구조와 틀이 원한의 상극 문명에서 ‘상생과 조화의 세계일가 문명’으로 완전히 새롭게 건설되는 ‘문명개벽文明開闢’, 인간이 새로운 천지의 참주인으로 거듭나는 ‘인간개벽人間開闢’이 함께 일어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천지의 이상을 성취하는 인간개벽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실천 과제이다. 특히 인간개벽은 상극적 사고와 삶의 양식, 자기중심의 문화 의식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창조적 진통을 요구한다.

가을개벽은 그 목적이 생명의 성숙과 통일에 있지만, 동시에 일체의 묵은 기운을 떨구어 내는 무섭고도 냉혹한 소멸의 과정을 동반하는 것이다. 제작진은 하늘⋅땅⋅인간 차원의 변화를 각각 기후 전쟁(하늘), 문명 전쟁(땅), 질병 전쟁(인간)으로 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결과적으로 증산도의 3대 개벽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오고 있다.

손석희 전 앵커는 다큐의 마지막 한마디로 “이 3개의 전쟁, 그리고 최후의 전쟁 끝에 인류는 디스토피아dystopia를 맞이하고 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것은 이 상황을 돌파할 답이 선천에는 없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증산도 종도사님께서는 상제님 일꾼들이 남북 상씨름 대전쟁의 중심에 들어가 전쟁 상황을 끝막게 된다고 하셨다. 결론적으로 남북 상씨름은 선천 문명의 상극 정신과 인류 역사의 모든 전쟁을 완전히 종식하는 인류 최후의 개벽 전쟁이다.

이제 다큐 내용을 살펴보자.

〈세 개의 전쟁〉, 1부 겨울 전쟁



1) 2022년 폴란드 프셰보두프Przewodów 미사일 피격 사건2022년 11월 15일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70km 정도 떨어진 폴란드 영토인 루블린Lublin주의 프셰보두프Przewodów 지역에 미사일이 착탄, 폭발하여 폴란드인 두 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국으로, NATO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나 선전 포고는 NATO 헌장 제4조 및 제5조에 따라 NATO 회원국 전체에 대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큰 파장이 일었다.

“당사국은 유럽 또는 북미에서 발생하는 회원국 중 하나 이상에 대한 무력 공격이 회원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는 데 동의하며 ······”
(The Parties agree that an armed attack against one or more of them in Europe or North America shall be considered an attack against them all ······)
- NATO 헌장 제5조


이후 미사일 파편 분석을 통해서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S-300(사거리 150 km)으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즉,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100여 발 정도의 미사일 공격을 가했는데, 우크라이나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S-300으로 대응했고, 하필 그중에 한 발이 오동작하여 폴란드로 날아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무고한 농민 두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간 이 미사일이 러시아가 쏜 것으로 밝혀졌을 경우 나토의 회원국인 25개 나라가 자동으로 전쟁에 뛰어들게 되는 상황이었다.

폴란드는 광활한 평원의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폴란드는 제국주의 열강이 탐내던 유럽의 대표적 곡창이었다. 2차 대전 당시에 독일군이 가장 먼저 침공해 들어간 곳도 폴란드였다. 그런 역사를 가진 땅에 미사일이 떨어졌으니 폴란드 사람들이 느낀 위기감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열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폴란드 오폭 사건은 명확하게 알려 줬다. 손 특파원은 그 뇌관의 시작이 우크라이나일 수도, 폴란드일 수도, 그리고 한반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1부 ‘겨울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주된 방점은 결국 한반도 문제에 찍혀 있다. 손 특파원과 제작진은 전쟁의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차례로 방문해 현장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전쟁을 일으켰으면서도 겉으로는 평온한 러시아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미사일 때문에 매일매일이 불안의 연속인 우크라이나의 대비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 전쟁’이 특히 주목한 건 그 전쟁이 지구 반대편인 동북아에 끼치고 있는 파장이다. 전쟁으로 인해 각국의 군비 경쟁이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특히 북한은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고, 일본에선 ‘반격할 수 있는 군대’를 넘어 핵무장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 또한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른바 ‘핵무기 보유론’이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에서 우리가 택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내용이다.

2) 전쟁의 원인, 러시아와 나토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죽어 간 병사들과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 우크라이나의 암울한 모습을 보여 주지만, 이 다큐는 전쟁의 원인이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독일은 미-소-영-프 4개국에 의해 분할 통치가 되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도 이때 동서로 갈라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동유럽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집단 안보 체제를 만든다. 그것이 바로 북대서양조약기구, 곧 나토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고 냉전의 시대가 막을 내리던 그 순간 소련은 공산주의 이념의 패배 분위기와 NATO를 우려했다.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일이 여기까지 벌어졌는지 생각해 보면 러시아 전쟁에 있어 분명 서구 세계가 저지른 착오는 있습니다. 분명 고르바초프와 약속했던 겁니다. 독일이 통일되었을 때 나토를 확장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이었죠. - 파스칼 보니파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 소장


우리가 NATO의 일부인 독일에 계속 주둔하는 한 NATO는 관할권을 동쪽으로 단 1인치도 확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제임스 베이커


당시 미국은 소련과의 기밀문서에서 이렇게 약속했었다. 소련히 해체되고 연방국들이 독립하면서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는 동안 미국은 NATO를 동쪽으로 1인치도 이동시키지 않겠다고 세 번이나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999년 체코, 폴란드, 헝가리가 나토에 가입하면서 나토는 동쪽으로 확장을 시작했다.

우리는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나토가 더 이상 동쪽으로 확장해선 안 된다.” 이게 못 알아들을 말입니까? 우리 집 앞에 미사일을 가져다 놓지 말라는 게 터무니없는 요구입니까? -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제회의 석상에서 이렇게 불만을 토로한 푸틴의 말을 미국은 조롱했다. 서방 세계는 공산주의에 대해 완전히 승리했다고 여겼다. 모두가 민주주의와 시장을 지지하고 서방의 가치가 전 세계에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방, 특히 미국이 저지른 오류는 승리했다는 오만한 태도였다. 여기에 나토의 확장은 계속되었고, 푸틴은 서방 세계에 배신당했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되면서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그에 대한 푸틴의 대답은 전쟁이었다. 물론 나토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나토 가입은 여러 국가가 자유롭게,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냉전 당시 소련의 군사적인 위협에 시달린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던 다섯 개의 국가들은 모두 소련의 침공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점으로 보면, 2023년 4월 핀란드가 서른한 번째로 나토에 가입을 했고,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찬성 입장으로 급선회한 스웨덴이 회원국 비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오랜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 가입을 결정한 것은 러시아의 위협에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러시아가 과거 유럽에서 큰 힘을 가졌던 러시아 제국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푸틴의 머릿속에서 러시아는 1990년대에 새롭게 건설된 황제 국가입니다.
- 지그마어 가브리엘 전 독일 부총리


2012년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힐리러 클린턴은 “푸틴은 스스로를 구세주라 생각하며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자웅을 겨뤘던 소련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푸틴의 목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에는 22개의 연방 TV 채널이 있는데 이 중 20개가 정부의 완전한 통제를 받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국민들은 현 사태에 대해 절대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다. 푸틴 독재의 원천은 완벽에 가까운 미디어 통제로 볼 수 있다.

3) 에너지 전쟁과 재무장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전쟁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 중심에 가즈프롬Gazprom이라는 반半국영기업이 있다. 가즈프롬은 러시아 천연가스의 대외 수출을 독점하는 기업이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2022년 상반기 순이익이 한화 약 55조 원을 기록했다. 가즈프롬은 푸틴의 지갑이라 불린다. 푸틴은 가즈프롬을 통해서 막대한 비자금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전쟁 자금이 여기에서 나온다. 그래서 푸틴은 한 손에는 핵을, 다른 한 손에는 가스를 들고 있다고 말한다.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에 매우 의존적이다. 물론 지난 겨울 유럽에 닥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말미암아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가 유럽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 수급 구조까지 바뀐 상태는 아니다. 러시아에 의존적인 이런 수급 구조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유럽에 가스를 잠그면서 동시베리아 가스관(‘시베리아의 힘’이라 불리는 가즈프롬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 공급한 하루 가스 공급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가즈프롬은 5월 30일 “중국에 공급한 가스 공급량이 계약상 의무를 초과하는 역사적인 기록이었다.”고 밝혔다. 3년 동안의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경기 침체의 겨울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점점 고조되는 위험에 유럽 각국은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는 33조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서 한국제 무기를 대량 구매했다. 한 인터뷰에서 주한 폴란드 대사는 한국산 무기가 뛰어난 기술력과 우수한 품질에 가격 조건도 좋고 빨리빨리 문화로 폴란드에 무기를 즉시 수출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말한다. 그는 앞으로 한국 방산의 폴란드 수출 규모는 52조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미국과 나토에 안보를 의존해 왔던 독일은 군사력 확장의 명분을 얻어 군비 증강에 대한 헌법 개정에 합의했고, 올해 134조 원의 군비 증강을 하기로 해 사실상 재무장에 착수했다.

그런데 지난 4월 말 북한이 러시아 민간 군사 기업 바그너Wagner 그룹에 포탄 1만 발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3월 말 러시아 매체는 “북한 의용군이 러시아 편에 서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특별군사작전’ 지역에 5월 말까지 파견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인 채널원은 북한군 10만 명이 러시아를 위해 파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제님 천지공사에서 최후의 전쟁인 상씨름은 남북한 주인끼리의 대결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남한은 우크라이나에 물자 지원을 하고,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병력 지원을 하고 있어 이미 간접적인 대결 구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4) 한반도를 둘러싼 파장여기에서 손 특파원은 방향을 돌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안보에 주는 함의에 대해서 다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해 ICBM 8회를 비롯해 40회에 걸쳐 적어도 65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 역사상 한 해 가장 많은 미사일을 쏜 것이다.

핵무기가 없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현저한 열세에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에 핵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더 커졌을 것이다. 비핵화는 정권 붕괴라는 확신을 더 굳혔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서 화제는 일본으로 건너간다. 북한의 핵무장이 일본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반격 능력에 대한 명분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찢어진 우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핵무장국인 중국이 비 핵무장국인 일본을 침략했을 때 동맹국인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일본을 지켜 줄 것인가. -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자위대 참모총장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은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바로 평화헌법(일본 헌법 제9조)이다. 평화헌법을 개정해서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는 것은 일본 우익의 오랜 숙원이었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정규군으로 만들고 싶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위대 출신 젊은이에게 살해당했다.

그리고 결국 현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의해 일본은 반격이 가능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선언됐다. 향후 5년간, 43조 엔 규모의 방위력 정비 계획을 수립한 일본은 5년 뒤엔 세계 3위의 군사 대국이 된다. 미국은 즉각 환영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의 동의 없이도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푸틴의 침략이 일본 자민당 안보 보수들의 전략과 기적적으로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완벽한 명분을 부여한 겁니다. - 박노자 교수


일본의 재무장에 한국은 핵무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한국의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 우라늄 광산이 없다는 점과 핵 실험을 할 장소가 없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이 핵무기 증강을 하면 그것이 미국을 위해 쓰일 수 있으니, 중국은 또 핵무장력을 강화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이 조그마한 지역이 완전히 핵전쟁의 예비 전선이 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또한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대만, 일본, 폴란드와 같은 나라들도 핵을 가지려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다큐 1부는 폴란드 프셰보두프에 떨어졌던 미사일이 확전의 뇌관이 될 수 있었으며, 한반도도 신중하지 못한 판단을 한다면 언제든 그 뇌관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 경계하면서 마무리를 짓고 있다.


2부 투키디데스의 함정

1)현상의 변경이 다큐는 ‘현상現象의 변경變更’(changing status quo)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현상, 나타나 있는 현재의 상태가 바뀌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현상의 변경, 코로나19로 인한 현상의 변경, 기후 대재앙으로 인한 현상의 변경이 그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론 핵심 주제인 ‘현상의 변경’이란 말은 이 세계의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어 내세운 말이지만, 결국 개벽의 다른 말이 될 수 있다.

2부는 팬데믹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9년 박쥐 한 마리의 날개짓은 현세대가 경험해 보지 못한 팬데믹의 세상을 가져왔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주목받아 온 중국의 봉쇄는 그 무엇보다 강력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가 시민을 무릎 꿇리는, 팬데믹에 대처하는 지극히 중국적인 풍경이 3년 내내 이어졌다. 마치 종말을 그린 영화에서 벌어질 만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런데 중국이 도시들을 봉쇄할 때마다 세계 경제도 길이 막혔다. 그 여파가 가장 먼저 미친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 애플의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가 중국의 폭스콘 공장이다. 중국 정저우시의 봉쇄 조치로 애플 협력업체 폭스콘 공장의 직원들이 탈출을 감행하는 일도 있었다.

유럽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산타클로스가 중국에서 오기 때문에 중국은 결코 제재할 수가 없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문을 닫아걸자 유럽은 마스크를 만들 공장을 구할 길도 막막했다. 이들은 중국에 주문을 넣는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유럽인들의 세계화가 순진했었다는 것이다. 약의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에 주문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유럽이 다른 나라들에 매우 의존적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세계 경제 문제를 의논하는 다보스 포럼Davosforum에서 CEO(최고경영자)들은 세계화가 일시 정지되었다고 말했고, 어떤 지역들은 반세계화를 향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봉쇄는 팬데믹의 후폭풍이었고, 이는 현상의 변경을 가져왔다고 평한다. 지난 세기 세계 경제의 기본이었던 ‘세계화世界化(globalization)’라는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른 결론은 ‘중국이 더 이상 산타클로스여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의 시대는 저물고 세계화가 시작되었다. 냉전의 벽에 막혀 있던 자본의 요구가 분출했고, 한국에서는 세계화라는 흐름에 영어 학습 열풍이 불었다. 자본주의의 첨병 미국의 맥도널드가 사회주의의 중심이던 모스크바에서 문을 열었다. 미국과 유럽의 기술과 자본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중국과 인도 등지에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이 세계화의 잔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세계화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 외치는 이들이 등장했다. 2011년 금융의 중심 월가에서 점령 시위를 벌였던 사람들은 세계화가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을 가져왔다는 불만을 터뜨렸고, 그 팽배했던 불만이 낳은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이게 다 모두 세계화 때문이고,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내세웠다.

결국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제1의 혐오,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중국이었다. 제조업 능력이 유럽이나 중국에 비해 불리해진 미국은 더욱 보호무역주의로 나아가며 탈세계화의 선두가 되었다. 이 흐름을 폭발시킨 계기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이다. 그 뒤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운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취약한 공급망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이른바 ‘경제 안보’라는 개념이다.

팬데믹은 세계화를 무력화시키면서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간의 패권 전쟁을 불러왔다. 트럼프에 이어 미국 대통령이 된 바이든의 취임 일성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였다. 세계화를 주도했던 미국은 30년 만에 철저한 자국 중심으로 돌아섰고, 중국이 맡고 있던 세계의 공장 역할을 미국이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미국 국가안보전략에서 아예 ‘중국을 압도하고 러시아를 제압하는 것’을 명시했다. 냉전 종식 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은 미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화를 발판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했다. 값싼 노동력에 무한 공급의 중국은 세계화의 최대 수혜국이다.

미국이 앞으로 계속 세계의 패권을 유지할지는 미국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 빅터 가오 쑤저우 대학 석좌교수


“떠오르는 2인자에 대한 1인자의 불안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말은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라는 정치학적 용어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서 기존 패권 국가와 충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신흥 강국의 부상에 기존 패권 국가가 두려움을 느끼고 무력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 하면서 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고대 아테네의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아테네가 기존 강국 스파르타에 불러일으킨 두려움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마찬가지로 신흥 강국 독일과 영국의 견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국제정치학 권위자인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Tillett Allison Jr. 하버드대 교수는 “16세기 이후 국제 정치의 중심축이 이동했던 열여섯 번 가운데 열두 번은 전쟁으로 귀결됐다.”며 떠오르는 중국과 패권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미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대국들 사이에서 전략에 관한 판단 착오가 계속된다면 스스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파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상제님께서는 “장차 동서양을 비빔밥 비비듯 하리라.”(도전道典 2:58:5)라고 하시며 세계가 비빔밥처럼 섞여 세계화가 되는 공사를 보셨다. 그 속에서 세계 초강대국이 되고 싶어 하는 나라들은 패권국으로 경쟁할 ‘재주 자랑’을 하게 된다고 하셨다. 도전道典 5편 202장에는 “뒷날 대전쟁이 일어나면 각기 재주를 자랑하여 재주가 일등 되는 나라가 상등국이 되어 전쟁은 장차 끝을 막으리라.”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의 재주는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 등 모든 재주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재주 자랑이 다 끝난 후엔 도술로 세상을 평정한다고 하셨다.

2) 다가오는 대만전쟁과 한반도미국과 중국, 이 대결의 중심은 대만(Taiwan)이다. 2022년 8월 미국의 정치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사방으로 봉쇄하는 훈련을 했다. 한편 대만 최초의 반도체 회사 UMC의 설립자 차오싱청은 대만 안보를 위해 30억 대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회사원, 학생, 소상공인 모두 총을 쓰는 법을 배우게 하겠다며 민간 민방위 훈련 기관 흑곰학원을 열고 한화로 약 268억 원을 기부했다. 민간인 사수 30만 명을 육성하고, 흑곰 용사 300만 명을 양성한다는 목표이다. 흑곰은 대만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1979년 1월 1일 미-중 관계가 정상화될 때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만의 입장은 다르다.

시진핑은 덩샤오핑과 마오쩌둥의 성과를 뛰어넘고 싶어 합니다. 시진핑이 계속해서 권력을 장악하고자 한다면 그는 반드시 중국몽을 위해 중화인민공화국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 계획에서 대만 통일이 빠진다면 그 꿈은 실현될 수 없습니다. 저는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대만, 미국, 중국 세 나라의 충돌을 피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 리시밍 대만군 제26대 참모총장


이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대만 전쟁이 일어난다면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가 될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만해협의 충돌은 동북아 전체가 전화戰火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젤렌스키는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직접 참전을 요청해 왔는데, 미국은 지원은 하지만 참전하진 않았다.

그러나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다르다.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 맹세할 수 있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네,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라고 했다. 대만은 지리학적으로도 세계 교역의 중심이다.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의 대만해협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주요 무역 통로이다. 2022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이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88%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제1열도선第一列島線의 문제가 있다. 제1열도선은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말라카 해협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이다. 제2열도선第二列島線은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까지이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제1열도선 안의 바다는 중국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미국은 제2열도선으로 후퇴하게 된다. 이는 일본과 한국의 안보에도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 미국의 연합군 총사령관 맥아더는 대만을 가리켜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중국의 진격을 막을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라는 뜻이다. 여기에 일본은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했고 방위비를 GDP 대비 2%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1930~1940년대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동시에 전쟁이 진행되었는데, 현재 탈세계화와 함께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유일한 희망은 중국보다 상대적인 우위의 기술을 선점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기술이 바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의 반도체이다. 즉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전쟁(Chip War)의 한가운데에 마주 서 있는 것이다. 대만의 TSMC는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 생산에 치중하는 파운드리foundry 업체로 2022년 반도체 세계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미국 최첨단 기업의 반도체 상당수가 TSMC에서 생산된다. TSMC가 문을 닫게 되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까지 미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반도체가 첨단의 군사 시스템과 AI(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군의 전략은 정보화인데, AI와 슈퍼컴퓨터를 군사력에 사용하면서 반도체 없이는 중국군의 정보화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국 측 전문가들은 TSMC를 반드시 중국이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본래 중국 기업인 TSMC를 반드시 우리 손에 넣어야 합니다. 그들이 미국으로 빠르게 공장을 이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천원링 중국경제자문기구 총경제사


예상되는 유력한 대만 전쟁 시나리오는 미군의 군사 개입이 이뤄지기 전에 중국이 속전속결로 해상과 영공을 봉쇄하고 대만 상륙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에 맞서기 위해 미국은 가까이 있는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호주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주한 미군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중국이 주한 미군에 대해서 대응하게 되고 그것은 한국에 대한 공격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핵 공격도 포함될 수 있다.

미-중 사이에 대만을 이유로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날은 세계의 마지막 날이 될 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뛰어들 시간도 없습니다.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 빅터가오 쑤저우 대학 석좌교수


미국은 나토의 주도국으로 유럽 동맹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아시아의 동맹 네트워크도 있는데, 미국은 이 두 개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려 하고 있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도 참여한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새로운 전략 개념인 “2022년 전략 독트린”을 채택했다. 앞으로 10년간 나토의 전략을 규정한 이 문서에는 처음으로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내용이 포함됐다.

매듭지으며

한반도와 대만은 오선위기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에 있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 한반도의 남북한과 4대 강국의 힘겨루기는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오늘날 동북아에 짙은 전운을 드리우고 있다. 오선위기의 중심 무대인 한반도와 ‘제2의 바둑판’이라 할 수 있는 대만해협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소용돌이가 거대한 폭풍이 되어 동북아에 휘몰아칠 위기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개벽실제상황』


상제님은 “난의 시작은 삼팔선에 있으나 큰 전쟁은 중국에서 일어나리니 중국은 세계의 오고 가는 발길에 채여 녹으리라.”(도전道典 5:415:4)라고 하셨다. 여기서 우리는 1950년 상씨름의 초반전 당시 한국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전쟁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현재 돌아가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때가 되면 세계 전쟁이 붙으리라.”(도전道典 7:35:1)는 상제님의 말씀은 많은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다큐 1부에서 보았듯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한 번의 오판이나 실수로 인해 확전의 뇌관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다. 이 다큐는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선택을 고민하는 내용을 다루다가, 이 모든 고민들이 오히려 작게 보이는, 모든 상황을 집어삼킬 수 있고 우리를 종말적이며 불가역의 디스토피아로 이끌 수도 있는 ‘최후의 전쟁’을 소개한다. 그것은 기후 전쟁으로, 3부에서 전개되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다음 호에 다루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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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북두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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